우동형 변호사

흔히 사용되는 법률용어 중 비슷해 보이지만 의미와 효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취소'와 '해제'다.

'취소'란 계약 체결할 때부터 사기나 착오 등이 있었을 때 계약을 무효화시키는 권한인 데 반하여, '해제'는 계약 체결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일방 또는 쌍방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이를 무효화 시키는 것이다. A가 B에게 아파트 1채를 매도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B가 A를 속여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A는 사기를 당했다는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취소'하여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돌릴 수 있다. 이에 비해 B가 A를 속이진 않았으나 계약 체결 후 매매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 A는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A가 계약을 취소했든, 해제했든, A는 받은 돈을 반환해야 하고 B는 등기와 점유를 반환하고 A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점은 거의 동일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내가 사기를 당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되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그리고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계약상대방에게 '취소'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그 증거를 남겨놓아야 한다. 다만, 취소하기 전에 계약을 이행하거나 이행을 청구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취소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당사자들 사이에 다른 특약이 없으면, 계약금만 수수된 상태에서는 일방이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하거나 계약금을 몰취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약정해제). 그러나, 중도금을 지급했거나 등기절차에 나아가는 등 일방이라도 계약을 이행하기 시작했다면 '해제'는 상대방이 계약을 위반했다는 사정이 있어야 할 수 있다(법정해제). 다만, 쌍방이 합의하면 언제든지, 어떠한 형식으로든지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다(합의해제).

혼인과 관련해서는 무효나 취소를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 일방이 상대방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경우와 같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 자체가 없었던 경우나 매우 가까운 근친간에 혼인한 경우 그 혼인은 '무효'이고, 만 18세 미만의 사람이 혼인한 경우나 중혼(혼인신고가 2개 이상)인 경우 또는 상대방이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 등에는 혼인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이혼'은 위와 같은 '무효'나 '취소' 원인이 없이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 관계를 사후적으로 해소시키는 것이다. '재판상 이혼'은 상대방의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 심히 부당한 대우(학대행위), 3년 이상의 생사불명,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중 하나라도 입증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의이혼'과 다르다.

["우동형 변호사's 땅땅땅"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