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중소증권사, 부동산PF 편중 위험 커져

SVB와 직·간접 연결 적지만 2차파급영향 우려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특정 자산이 편중된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SVB와 유사한 미국 은행의 추가 위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국내에서는 부동산PF 투자 위험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SVB에 주식과 채권 등을 투자한 직·간접적인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크지 않지만 투자자와 예금자들의 불안심리가 전 세계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자산이나 자금조달, 자금운용이 특정 부문에 편중돼 있는 금융회사가 표적이 될 수 있다"며 "특정 부문 편중에 따른 금융회사의 취약성을 좀 더 엄밀하게 확인·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SVB의 재무현황을 보면 총자산 2092억600만달러 중 유가증권이 1172억9700만달러로 56.1%를 차지했다. 유가증권 중에서도 국공채 투자액이 1080억9000만달러로 총자산의 51.7%에 달했다. 반면 대출채권은 732억4900만달러로 총자산 대비 비중은 35%에 그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국공채 가격이 하락했고 SVB는 상당한 규모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SVB는 고객들의 예금인출 요구가 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국공채 매각에 나섰고 18억달러의 처분손실이 발생했다. 뱅크런이 촉발된 이유다.

미국 내에서는 지역은행 중에서 가상자산(코인) 거래 비중이 높거나 SVB와 같이 유가증권 보유 비중이 큰 은행,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은행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추가로 1~2개 은행의 뱅크런이 발생해 파산으로 연결되면 공포는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위 '2차 파급영향'(second-round effect)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자산구조는 SVB와 달라서 유사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은 예대 업무에 집중돼 있어서 유가증권 비중은 총자산의 18% 정도다.

반면 비은행권의 부동산PF 편중이 취약 포인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규모는 146조8000억원이다. 부동산PF대출은 84조원, 증권사와 건설사 등의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6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일부 캐피탈사는 규제 회피를 통해 자산의 절반 가량을 부동산PF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PF 대출의 신용위험을 부담하는 매입확약형 우발채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VB 사태"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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