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리퍼블릭', '퍼시픽 웨스턴',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 13일 주가 급락 … 예금 기반 다각화, 뱅크런으로 이어지진 않아

금융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미국 은행의 추가 파산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irst Republic Bank), 퍼시픽 웨스턴 은행(Pacific western Bank),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Western Alliance Bank) 을 주목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는 미국 정부가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대한 예금보장 정책을 발표한 이후 시장동향을 확인하면서 유사은행 3곳에 대한 현황을 본부에 보고했다.

12일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비보장예금을 포함해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모든 예금의 지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경우 13일 주가가 장초반 65% 이상 급락하면서 첫 45분 동안 8번 거래가 중단됐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두고 프라이빗 뱅킹과 비즈니스 뱅킹, 부동산 대출과 신탁 및 수탁 서비스를 포함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은행이다.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예금이 전체 예금의 52%를 차지한 SVB와 달리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8%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다각화된 예금기반을 토대로 SVB와 같은 대량의 예금 인출이 일시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순이자마진 축소 압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12일 연준과 JP모건의 추가 유동성 지원을 통해 700억달러 이상의 가용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예금의 대규모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퍼시픽 웨스턴 은행은 LA에 본점을 두고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중점을 둔 상업은행으로, 13일 지주회사의 주식이 51% 하락한 후 거래중단 조치가 나왔다. 대출의 2/3가 부동산과 연관돼 있어서 취약성이 많이 노출된 은행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예금이 주택조합과 소매, 벤처기업 예금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고 이달 9일 기준 예금 보유액이 332억달러로 지난해말 339억달러에서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은 애리조나 피닉스에 본점을 두고 중소시장 비즈니스에 대한 커머셜 뱅킹과 부동산 관련 금융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둔 상업은행이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도 지주회사의 주가가 13일 47% 하락했다.

이달 9일 기준 총 예금은 615억달러로 지난해말 대비 80억달러 증가했고 재무제표상 25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측은 유동성과 예치금이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을 일축했다. 금감원은 이밖에도 지온스뱅크(Zions Bank), 코메리카(Comerica), 찰스 슈왑 (Charles Schwab) 등의 은행들이 어느 정도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는 시장의 평가를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미 정부의 발빠른 대책으로 SVB 파산 등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지만 폐데믹 시기 급성장했으며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직격탄을 맞은 테크, 가상화폐,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으로 위험이 확산될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SVB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에게 어떤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지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와 채권자는 대상이 아니고 해외 예금자에 대해서도 보장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SVB와 거래한 국내 기업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SVB 사태"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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