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아버지) : 이번에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다룬 영화를 볼 건데,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해 보자.
고동우(아들) : ‘원더’와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예요.
병수 : 장애는 사지의 불편함이나 기능의 어려움만 가진 것으로 알기 쉬우나 원더에 나오는 어기라는 아이처럼 안면 기형도 우리가 관심 가지고 볼 내용이라서 골라봤어. 포레스트 검프는 지적 장애를 가진 청년의 이야기이고, 두 편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있을 거야.

사지가 불편하고, 정신지체거나 발달이 더뎌서 장애를 가진 것뿐만 아니라 화상 또는 선천성 안면 기형을 앓게 되는 장애인들도 사회로부터 눈총을 받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원더(Wonder)라는 영화는 이런 장애인을 내세우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법을 보여준다. 어기 풀먼(제이콥 트렘블레이)은 10살인 소년이지만 태어나면서 줄곧 집에서만 교육을 받고 바깥 활동을 하지 못했다. 밖에 나갈 때는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우주인 헬밋을 쓰고 나가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심한 안면기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기가 크리스마스보다 핼로윈 데이를 더 좋아하는 것도 얼굴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가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껴야

지금까지는 학교 교육을 어머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이 가르쳤지만 이제는 어기도 나이가 차게 되자 다른 사람들과 교감을 하면서 사회 적응을 시키고 싶어진다. 새 학기에 맞춰 학교를 보내게 되지만 매일매일이 좌불안석이다. 적응은 잘하고 있을까, 아이들에게 손가락질은 당하지 않을까..... 다행히 학교의 배려와 일부 친구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여러 사건들이 벌어진다.

어기의 외모에 대해서 흉측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엄마 이사벨은 말한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정말 대단한 한 마디이다. 보편화시켜서 말하면 장애는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장애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평등하지 못하게 취급받는 사회에 대한 일침이다.

‘트리처콜린스 증후군’이라는 하악안면골형성부전증

어기가 앓고 있는 안면기형을 원작인 책에서는 하악안면골형성부전증 중 하나인 ‘트리처콜린스 증후군(Treacher-Collins Syndrome, TCS)’이라고 했다. 임신 3개월이면 태아의 대부분 기관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태아는 겨우 손가락 하나 크기인 7㎝ 정도이다. 팔과 다리가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돋듯이 살짝 튀어나오고, 내장기관들이 만들어지고, 얼굴 구조를 꾸밀 부분들이 움트기 시작한다. 임신 2~3개월에는 약물을 복용할 때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어기의 질병은 약물이 아닌 유전자 돌연변이와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라는 것이 원인이고, 얼굴과 목 부분을 구성하게 될 곳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심각한 기형을 만들어냈다. 트리처콜린스 증후군은 눈과 귀, 광대뼈나 턱 부위 등 얼굴 부위에 심한 기형을 만들어내는데 영국의 외과의사 겸 안과 전문의인 에드워드 트리처 콜린스(Edward Treacher Collins, 1862~1932) 박사가 1900년에 이런 환자를 보고하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영화에서 어기는 수십 번의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눈이나 얼굴의 이상을 감추기에는 무리였다는 듯이 기형의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어기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바깥귀의 형태도 기형으로 이소증(Microtia) 소견도 보이는데, 심하면 청각을 잃을 수 있지만 대화를 곧잘 하는 것으로 봐서는 귀의 외형만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얼굴 외형이 기형이어도 대부분 지능은 정상이고, 영화에서 어기는 어머니로부터 좋은 교육을 받아서인지 학교에서는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꽤 똑똑한 아이로 비춰진다.

영화는 어기라는 장애를 가진 한 아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행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가족 문제, 어린 학생들의 모습, 학교란 무엇인지 등 여러 부분들을 보여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다. 어기 풀먼 역을 맡은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어린 아이로서의 감수성과 슬픔과 기쁨을 오가는 천진난만함을 연기하는 모습은 일품이다.

지적 장애인 포레스트 검프 이야기

1994년에 제작된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는 등도 굽고 다리 불구인 지체장애에, 지능이 떨어져서 지적장애까지 가진 아이의 성장기를 재미있게 다룬다. 영화 시작과 함께 한 청년이 하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초콜릿 상자를 품에 안고 하나씩 연신 깨물어 먹으며 옆 사람에게 말을 걸지만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 청년은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라는 이름을 가졌다. 영화에서는 톰 행크스가 포레스트를 연기했다. 그가 젊은 시절 이렇게 잘생기고 갸름한 얼굴(지금은 중년의 후덕한 얼굴임)을 가졌구나, 놀라게 된다.

삶이 팍팍한 어린 포레스트 옆에는 그가 잘 살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하는 어머니가 있다. 불편한 다리에 보조기를 장치하고 걷다가 곤란을 겪게 되어 남들의 시선을 받게 되자 어머니는 포레스트에게 말한다.
“남들이 네 앞에서 잘난 체하게 하지 마라. 신이 사람을 모두 똑같이 만들려고 했으면 모두에게 다리에 보조장치를 하게 했을 거야.”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지 못한 하늘에 대한 원망이자 포레스트에게 강인해지라는 교육이다.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앨라배마에 아버지 없이 단 둘이 살다가 포레스트가 나이가 차자 입학시키려고 학교를 찾는다. 담당 선생이 포레스트의 지능지수가 정상이 아닌 75 정도로 낮아서 수업을 못 따라할 것이다, 그러니까 특수학교로 보내야 한다고 하자 어머니는 또 말한다.
“정상이라는 의미가 뭐죠?”
“나는 우리 얘에게 남들과 똑같은 기회를 주고 싶어요.”

결국 어머니의 고집과 설득으로 학교에 입학하게 된 포레스트. 처음 타는 통학버스에서 어머니 다음으로 인생에 남을 여인(꼬마 숙녀)인 제니를 만난다. 포레스트는 제니와 책도 같이 읽고, 나무도 타고, 들판을 뛰어다니며 가깝게 지낸다. 제니의 격려로 뛰기를 잘하다 보니 미식축구 선수도 되고, 특기생으로 대학도 들어가고, 케네디 대통령도 만난다. 해병대에 입대하는 날 ‘버바’라는 애칭을 가지고 새우전문 식당이 꿈인 흑인 청년을 만나며 친해지고 베트남 전쟁터까지 가면서 둘은 돈독한 전우가 된다.

["고병수 의사의 ‘영화 속 의학의 세계’" 연재기사]

고병수 의사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