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희미해지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

최근 미중 반도체 분쟁에 위기감 더 커져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또 낮췄다. 지난해 5월 전망치(2.4%)와 비교하면 1.0%p나 하향한 수치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갈수록 비관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풀이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 2월 1.6% 성장률 전망을 내놓으면서 하반기 이후 중국발 후광과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와 투자도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20일까지 8개월째 줄어들고 있고, 무역수지는 올해만 누적 295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이달 들어서도 42억6000만달러에 그치는 등 지난해 동기 대비 35.5%나 감소했다.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이른바 리오프닝을 하면 대중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줄어들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대중국 적자는 지속되고 있어 흑자 전환이 언제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예상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첨단 반도체 분야에 대한 대중 규제에 대해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보복을 단행하는 등 앞날이 더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한은이 이날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는 최근 국내외 기관들 사이에서 대세로 보였던 1.5%보다 낮은 수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4일 1.5%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1.5%로 내다봤다. 따라서 이날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는 그만큼 올해 한국 경제가 처한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또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세차례 연속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지는 등 물가경로가 예상대로 가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조되는 금융시장 불안도 고려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면 기업과 가계부문의 금융부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간 격차는 1.75%p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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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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