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윤위 취업심사 13명 중 절반이 3·4급

작년말·올초 퇴사 … 인력 부족해 경력 수시 채용

금융감독원 국·실장들이 재취업을 위해 사표를 냈던 조직 분위기가 중간 관리자인 팀장급에 이어 수석·선임조사역 등 젊은 직원들로 확대되고 있다.

4일 정부가 공개한 지난달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 퇴직자 13명 중 12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12명 중 절반인 6명은 3·4급으로 실무업무를 맡고 있는 핵심인력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퇴사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취업심사를 받은 3·4급은 2명에 불과했다. 비교적 젊은 직원들의 금감원 이탈 현상이 과거에 비해 잦아졌지만 최근 들어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직급은 1~6급으로 대졸 신입 직원은 5급부터 시작한다. 조사역(5급)과 선임조사역(4급)을 거쳐 수석조사역(3급), 팀장(2·3급)으로 올라가고 국·실장은 1·2급이 맡는다.

이번 취업심사를 통과한 3급 직원 2명은 각각 두나무 실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긴다. 4급 직원 4명은 케이뱅크 차장, JB금융지주 부부장, 두나무, 법무법인 광장으로 이직한다. 2급 직원 4명은 보험개발원 임원, 흥국생명보험 상무보, 하나자산신탁 상근감사위원회, 우리금융저축은행 내부감사책임자(전무), 지금융코리아 고문으로 재취업한다. 임원 1명은 한국회계기준원 비상임위원으로 6월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지난해 2030 퇴직자 13명 = 2급 이상 직원들이 회사 임원 등 고위직으로 옮기는 것과 달리 젊은 직원들은 주로 실무에 투입된다. 지난해 금감원 퇴직자(정년퇴직·임금피크 적용·무기계약직·임원 퇴임 제외)는 49명으로 20대 퇴사자 7명이 포함됐다. 2021년 32명, 2022년 44명 등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20대와 30대 퇴직자는 2021년 4명에서 2022년 12명, 지난해 13명으로 늘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금감원 퇴직자(임원 제외)는 488명으로 2급이 180명으로 가장 많고 3급 130명, 4급 73명 등으로 나타났다. 3급은 팀장과 수석조사역이 포함돼 있는데, 퇴사자 130명 중 수석조사역은 111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 직후 한 금감원 간부는 “부서에 배치된 수석조사역이 별로 없어서 다들 어디로 갔는지 다른 부서 인력을 살펴봐도 전체적으로 수석조사역들이 부족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수석조사역은 중간 관리자인 팀장이 되기 직전으로 실무진 중 가장 전문성이 높다.

1999년 금감원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직원들의 연봉은 금융업권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임금상승률 등이 공공기관과 연동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시장과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다.

임금 수준이 시중은행과 비교해 20~30% 낮고 감사원 감사 등으로 해마다 복지 수준이 하락하면서 시장의 영입 제안에 직원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부서마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며 “업무는 더 늘었는데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을 확보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관련 조직을 신설했으며 새마을금고 공동검사도 확대하고 있다. P2P를 비롯해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 관련 업무도 늘었으며, 자본시장불공정거래와 불법사금융 관련 소비자보호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 조직 출범과 확대 이후 조사부서 인력 충원도 시급한 상황이다.

◆작년·올초 경력직 100명 넘게 선발 = 금감원은 매년 60~70명 가량의 신입직원을 채용했지만 2020년 74명, 2021년 87명, 2022년 90명, 지난해 120명으로 채용인원을 늘리고 있다. 신입직원들을 크게 늘렸지만 업무에 투입해서 전문성을 쌓기까지는 시간이 걸리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신입공채 정기 채용과 병행해 감독수요에 맞춰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채용하는 전문인력 수시·상시 채용 확대를 밝혔다.

지난해 금감원은 4차례 외부전문인력 채용공고를 냈다. 2차례 공고를 통해 45명을 선발했고, 3차 공고에서 25명, 4차 공고에서 35명을 선발해 지난해와 올초에 100명이 넘는 경력직을 뽑았다. 하지만 지난해 입사한 경력직 중 4명이 입사한지1년도 지나지 않아 퇴사하면서 ‘조직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조직진단 컨설팅’을 위한 연구용역을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공고를 냈다. 컨설팅의 목적은 조직문제 전반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전략 마련, 조직체계 개편, 인사·조직 문화 개선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특히 인사·문화부문에서는 금감원 특성에 맞는 평가 방식 검토, 환경변화에 대응한 중장기 인력 관리방안(채용·육성·활용 등) 마련 등이 포함됐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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