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황교안·윤석열·한동훈 등 ‘신인’ 영입 되풀이

검증 안된 리더십으로 위기 반복 … “자립·자강의 길”

보수정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기록적인 연패를 맛보았다. 현대정치사에서 우위를 점해왔던 보수정치의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15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보수진영은 첫번째로 “리더십이 검증 안된 ‘초짜 구원투수’를 반복해서 투입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말 김기현 지도부가 사퇴한 뒤 국민의힘은 새 사령탑으로 한동훈 전 법무장관을 영입했다. 여권에는 경륜이 풍부한 중진이 넘쳐났지만 굳이 정치경험이 전무한 ‘0선’ 한 전 장관을 택한 것. 본인 역시 외부영입 케이스인 윤 대통령의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여의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며 강한 정치 불신을 드러냈다. 국민들로선 “뭔가 다르겠지”라는 기대감을 품을 법 했다. 한 위원장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운동권 심판” “이조 심판”이란 메시지만 남겼다. 유일한 정치 행보는 ‘셀카’였다. 검사 시절처럼 남을 ‘징치(懲治)’하는데만 익숙했고, 민생정치는 ‘셀카’ 정도로 이해한 듯 싶었다. 한동훈만의 정치 비전과 철학은 끝내 볼 수 없었다. 검사 선배 윤 대통령의 2년 실정에 대한 사과도 피했다. “무능” “독선”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실 한 위원장의 실패는 윤석열정부 2년에서 충분히 예고됐다. 국민의힘은 2022년 정치입문한 지 4개월 된 ‘0선’ 윤 전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경륜의 홍준표·유승민·원희룡은 외면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만에 밑천을 다 드러냈다. 유 전 의원이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을 향해 “깊은 자기반성 위에 국정 전반을 쇄신해달라”고 했을만큼 윤 대통령 2년은 무능과 독선으로 점철됐다는 비판이다. 보수정치가 검증 안된 ‘정치 초짜’를 구원투수로 썼다가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보수정치는 과거에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다. 탄핵 직후인 2019년 자유한국당은 ‘0선’ 황교안 전 총리를 대표로 선출했다. 황 대표는 태극기세력과 손잡고 대여투쟁을 벌이다 2020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1996년 신한국당은 ‘0선’ 이회창 전 총리를 영입해 이듬해 대선에 내보냈다가 패했다. 이 전 총리는 2002년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실패하면서 ‘진보 집권 10년’의 1등 공신이 됐다.

수도권에서 낙선한 여당 후보는 “위기만 닥치면 판검사 데려다가 쓸 생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검증 안된 사람 썼다가 더 큰 위기를 반복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총 한 번 쏴본 일 없는 병사를 전쟁터에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라며 “자립·자강의 길로 가자”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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