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8.4%에 이르며 2025년에는 20.6%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 1인가구는 2023년 36.3%에서 2050년에는 41.1%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신이 여생을 어디서 보내고 싶어 할까.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건강할 때 희망하는 거주 형태는 현재 집에서 계속 살겠다는 응답이 83.8%로 가장 높았고,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역시 56.5%의 노인이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의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면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간다는 응답은 31.3%, 가족과 함께 살거나 근거리로 이사해 살고자 하는 비율은 12.1%에 그쳤다.

이처럼 많은 노인들은 건강을 유지하며 자신의 현재 삶의 터전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노년기를 지낼 수 있으려면 신체적 기능과 인지, 정서적 기능이 균형있게 유지되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과 지역공동체의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노인이 되면 뇌의 노화로 인해 단어를 찾고 이름을 기억하는 속도가 느려지고 멀티태스킹에는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 또 주의집중 능력이 약간씩 감소하는 것을 경험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뇌를 포함한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발생한다. 뇌에서는 특히 학습과 복잡한 정신활동에 관여하는 부분이 축소된다고 알려졌다. 특정 뇌영역의 신경세포 간 연결이 이전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뇌의 혈류가 감소할 수도 있다.

나이 들어도 뇌의 변화 적응력은 여전

물론 나이가 들면 복잡한 기억이나 학습에서 젊은 사람들에 비해 수행이 떨어질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잘 수행할 수 있다.

나아가 노화는 인지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노인들은 젊은 성인들에 비해 더 광범위한 어휘와 단어의 의미적 깊이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어휘 및 언어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나이에 따른 인지 변화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평생 해왔던 많은 일들을 여전히 지속적으로 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기억들을 형성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추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뇌는 변화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유지한다.

뇌가소성(Brain plasticity) 연구들은 경험의 결과에 따라 전생애에 걸쳐 우리 뇌가 변화할 수 있음을 주목한다. 생활습관 건강상태 약물치료 등과 같은 요소들은 미세아교세포와 신경세포의 가소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뇌기능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노화가 진행되는 동안 만성 스트레스는 이미 취약한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뇌가소성의 변화, 면역 체계의 조절장애, 뇌질환 발병 위험 증가가 관련이 있고 이러한 것은 인지 및 감정 처리에 영향을 미쳐 인지장애 불안 우울 사회성 저하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노화는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초기 과학적 견해는 노화가 정서적 기능의 악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인지기능과 달리 정서는 상대적으로 노화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나이가 들면서 향상되기도 한다고 보고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은 감소할 수 있지만 본인의 정서적 문제 해결을 개선하거나 긍정적인 감정의 빈도가 증가한다.

노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인지능력의 유지만큼 중요한 것이 정서적 안녕이며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노년기 행복한 여정 위한 사회적 관심 필요

노인의 정신건강에서 신체적 건강 역시 중요한 요소다. 운동효과에 따른 직접적인 인지기능 향상을 증명하고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노인들을 대상으로 유산소 운동이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에어로빅 운동을 1년간 지속한 경우 상위 인지와 관련된 뇌네트워크의 기능적 효율성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1년동안 걷기를 꾸준이 실행한 그룹은 휴지기 네트워크와 전두엽 중앙집행 네트워크의 여러 피질영역에서 증가된 뇌기능적 연결성을 보였다.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건강하게 태어나 안전하게 자라나는 것만큼 중요하다.

백세시대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실천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노년기 행복한 여정을 위해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지원 가톨릭대의대,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