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4곳에서 횡령·사기·개인정보 유출 등 잇따라 터져

작년 7월 내부통제 혁신방안 발표했지만 구호에 그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계열사들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9건, 금액은 1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를 천명했지만 취임 후 1년 3개월간 잇따라 금융사고가 터졌다.

최근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방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우리금융그룹 전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6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우리금융그룹 금융사고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임 회장 취임 이후인 2023년 3월 24일부터 올해 6월 20일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4개 계열사 9건이다.

계열사 중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가 5건, 금액은 131억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카드 2 건(9억5800 만원 ), 우리금융캐피탈 1건(1억1600만원), 우리금융저축은행 1건(100만원)으로 나타났다.

금융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사기가 3건(115억9400만원) 으로 가장 많고 횡령 2건 (2억5900만원), 사적금전대차와 개인정보유출이 각 1 건 , 기타 2건 (23억2500만원) 등이다. 이달 초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건은 서류위조 등으로 대출금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사기로 분류됐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7월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부통제 부분에서는 내부자신고 제도 강화와 영업 현장에 전담 담당자를 배치하는 등 전반적인 내부통제 체계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잇단 금융사고로 임 회장의 내부통제 강화는 사실상 구호에 그쳤다.

강 의원실은 “임 회장 취임 이후 1년 3개월 동안 발생한 약 142억원이라는 금융사고 수준은 같은 시기 취임한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 (2023년 3월) 기간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 (36억 3730만원),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취임 (2022년 3월) 후 1년 3개월 기간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 (65억8560만원) 보다 훨씬 많고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 취임 후 발생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의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도 솜방망이 그쳤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제재가 결정된 3건을 보면 우리은행 금천구청지점에서 발생한 횡령사건 (8900만원)의 경우 사고자는 면직처리됐지만 관련자 3명은 각각 견책, 주의, 주의촉구를 받았다. 우리은행 익산지점에서 발생한 횡령사건(1억7000만원)도 사고자는 면직 처리됐지만 관련자 5명은 견책 (3명), 주의(1명), 주의촉구(1명)에 그쳤다. 우리은행 엑스포금융센터에서 발생한 사적금전대차 에 대해 사고자는 견책, 관련자 1명은 주의촉구 제재를 받았다.

강민국 의원은 “취임 직전 해에 626억원의 횡령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1년여 만에 105억원이라는 금융사고가 재발한데다 계열사 4 곳에서 9건이라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의 횡령, 사기 등이 난무하고 있는 우리금융그룹에 대해 금감원이 회장을 포함한 전 방위 조사와 특별검사를 실시, 잘못이 확인되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달 12일부터 우리은행 100억원대 횡령사건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며 검사 인력을 확대하는 등 횡령 직원이 담당했던 여신업무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 검사 시한이 내달 초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검사결과에 따라 횡령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파악된 금액은 105억원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실패와 관련해 “영업점 뿐만 아니라 본점 단계에서의 관리도 점검하고 있는데 필요시에는 규정에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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