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가 부산에서 11월 열린다. 플라스틱 생산감축이냐 재활용이냐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쉽지 않지만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이므로 개최국인 우리나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그 정도의 역량과 의지가 있을까?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공무원들과 기자들에게 “본인도 지키지 못하는 환경정책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200% 공감하는 말이다.

이상만 추구한 채 실현가능하지도 않은 정책을 만들어 놓은 뒤 집행은 다른 문제라며 이중적인 면을 보이는 건 무책임하다. 물론 현실을 지나치게 고려하면 선제적인 환경정책은 만들어질 수 없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까지 고려해 정책이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보완하는 일까지가 제도 설계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만큼 정책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책임감이 크다.

인류 최대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러한 플라스틱 생산을 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과학기술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총동원해서라도 이뤄내야만 한다. 당장 어렵다고 다음으로 미룬다면, 윤석열정부가 ‘과거 정부가 폭탄 돌리기를 해왔다’며 비난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선 정면승부가 필요하다. 윤석열정부는 ‘전 부처의 산업화’를 외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환경을 없애자는 말은 분명 아닐 것이다. 환경 영역에서 고유의 가치를 지키면서 새로운 미래 산업을 발굴하는 진취성과 창발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새로운 산업의 마중물 역할만 해주면 된다. 초기 토대만 형성되면 민간의 더 뛰어난 인재들이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사업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다. 곳곳에 숨어 있는 생물다양성 혹은 자연환경 관련 정보들을 한자리에 모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는 이미 탄소중립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산업전환에 뒤처진 감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강화할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 규제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있다.

기후변화는 생물다양성 손실을 일으키고 이는 또다시 기후변화를 심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 이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리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낯선 길은 어렵고 가기 싫다. 그래서 정부가 더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 이미 해오고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현장에서 발현이 안 되는 건지 자문해야 할 때다. 과거 생각에 사로잡혀 만들어 온 제도들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발목잡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김아영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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