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다듬고 조립, 조선해양문화체험

토론하며 미래사회 설계·적응력 높여

"쌤, 내 배는 직진하지 않고 왜 왼쪽으로만 돌아요?" "제 배는 왜 앞으로 안가고 뒤로 가요?" "배 모양이 왜 똑같아요?" 아이들 질문이 쏟아졌다. 프로그램 진행 교수와 스텝들이 질문한 학생 자리로 달려가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아이들은 "이제 알겠다"며 조립했던 배를 다시 정비한 후 수조위에 올려놓았다.

배가 왜 자꾸 왼쪽으로만 가지? 모형 선박을 조립한 학생들이 수조에서 시합을 벌이고 있다.


8일 경남 통영중학교 학생 40명이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경남 통영)을 찾았다. 지역맞춤형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날 진행은 국립경상대 해양과학대학 이탁기 교수가 맡았다. 사전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모형 선박 조립에 나섰다. 똑같은 조립용 키트지만 작업자 손에 따라 배의 속도나 방향은 다 달랐다. 아이들은 섬세한 작업과정을 거친 후 배 후미에 모터와 건전지를 달았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저항을 줄여야 한다"며 배 바닥을 유선형으로 깎고 다듬었다. 모터에 건전지를 연결하고 수조위에 올려놓자 경주가 시작됐다.

아이들은 "쉽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물위에 띄워보니 방향조절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배가 우리생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배가 어디에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가" 진행자 질문에 '낚시, 무역, 전쟁'순으로 답했다. 아이들은 "빠르고 풍랑에 절대 뒤집히지 않는 '안전한 배'는 왜 만들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답이 나오지 않자 삼삼오오 토론을 했다. "물건을 많이 싣고 빠르게 가려고만 하니깐 뒤집히고 가라앉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에 뒤집히지 않는 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양한 배 모형을 그렸다.

배는 어떻게 만드는지│이론강의에 집중하는 학생들.


김민성(통영중 2학년)군은 친구와 한참 토론을 하다 옥신각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조립했던 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친구와 합의(?)해서 배 두 척을 한척으로 합체하기로 했어요". 모터와 건전지를 분해했고, 스크루 두 개에 건전지 4개를 부착한 고속단정(?)을 완성시켰다. 김 군이 친구와 합의해 조립한 보트는 시합에서 가장 빠른 배로 뽑혔다. 일부 아이들은 지도교수 주문대로 조립하지 않았다. 스크루 방향을 수면아래가 아닌 공중에 설치하고 선풍기처럼 돌렸다. "수면 바닥이 불량해 스크루가 돌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공중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공기부양정'을 만들었다"며 깔깔댔다.



심해에 대한 궁금증 발동 = 오후에는 거제조선해양문화관을 찾아 심해 탐사여행을 떠났다. 수심 15미터쯤 내려가자 화려한 산호와 작은 물고기들이 여행객을 맞았다. 심해로 들어가자 주변이 어두웠고, 갑자기 나타난 상어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해저 바닥에서 거대한 용암이 솟아오르더니 해저지진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거대한 바위와 용암 파편을 피하느라 온몸을 비틀거나 고개를 돌렸다.

'물위를 날아 다니는 보트를 만들 것'│한 학생이 스크류 두개를 단 보트를 만들었다.

4D영상을 통한 해저여행을 마친 아이들은 "식겁했네에~, 진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며 "바다 속에 대한 궁금증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지역해양문화 전시관도 둘러봤다. '팔랑개 어장놀이'가 거제 옥포 파랑포 마을에서 시작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수첩을 들고 온 아이들은 "풍어를 기원하는 세시풍속놀이로, 배신굿과 통신제에서 변형한 민속놀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선태조1년부터 임금진상 어장으로 지정된 마을로, 어부들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행사가 풍어제로 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임금 때문에 어부들 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진로체험이 학생들의 학교생활만족도와 미래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게 교사들의 증언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커지고 토론하는 교실수업문화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

교사들은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양질의 '맞춤형 체험처' 발굴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들 대부분이 지역사회 구성원이 되기 때문에 정부기관 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요기업과 단체 등이 '학생 진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김남희 통영중학교 진로담당교사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어른들보다 뛰어난 것 같다"며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과정이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지역맞춤형진로교육은 = 교육부가 주관하는 '지역맞춤형진로교육'은 개인의 진로개발역량 함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진로교육 접근성과 형평성 보장 △전 생애 포괄관점에서의 진로교육체제 구축 △진로교육 학습 권리를 학생층에서 모든 국민(학습자)으로 확대 △평생 진로교육 체제 구축을 통한 효율적인 공공정책 실현을 진로교육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진로교육으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창출하고 행복한 삶을 찾도록 지원하는 '평생교육' 차원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역특화산업과 공공기관을 묶어 수준 높은 '지역맞춤형 진로체험'처를 개발하고 있다.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나서 지역별 컨소시엄 형태로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학교에는 학생들의 진로방향설정을 위해 진로상담전문교사를 배치했다. 교육부는 진로교육 집중학년·학기제 시범학교 운영 등 학교 현장의 진로교육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진로종합정보망(www.career.go.kr)과 진로체험전산망(www.ggoomgil.go.kr)을 통해 진로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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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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