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 강의보다 질문 많아 … 사고·상상력 키워

인천지역 6개 기관, 맞춤형 융합시스템 구축

"평소 하고 싶었던 영재과학교실 체험수업을 했는데 고교진학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다만, 체험 시간이 두 시간이라 짧아 아쉽네요." "이론수업에서 배운 회로도를 보고 내손으로 직접 만들고 조립해보니 이해가 쉽고 재미있습니다." 과학고를 지원한 박경은(인천 부평서여자중학교 3학년)양이 '영재과학교실' 체험을 마치고 소감을 전했다.

영재과학교실은 기초과학자와 엔지니어에 대한 진로체험교육이다. 학생들은 교구를 조립하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과학과 응용공학 원리를 배운다. 21일 인천 부평서여자중학교 3학년 200여명이 인하공업전문대학(인하공전)으로 지역맞춤형 진로체험을 떠났다.

"손님 뭐 드시겠습니까?"│부평서여중3학년 학생들이 지역맞춤형 진로교육을 위해 인하공전을 찾아 항공객실승무원 체험을 하고 있다.


"헉! 대박. 진짜 비행기하고 똑같이 생겼네요. 이거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진짜 항공기라고 말하자 더 놀라는 눈치다. 학생들은 여객기를 분해해 강의실에 설치한 '항공기객실'에 손님으로 앉았다. 인하공전 학생들이 승무원 복장을 갖추고 멘토로 참여해 다양한 시범을 보였다. 학생들은 강의에 집중했고, 강의 도중에도 질문을 쏟아냈다. 강의가 끝나자 승무원 복장을 하고 손님들에게 안전한 비행요령과 음료를 권하는 실습에 들어갔다. 평소 승무원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는 박현경(부평서여중. 3학년) 양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목에 건 노랑 구명동의에 공기주입 시범을 보였다.



인하공전이 제공하는 항공분야 진로교육은 기존 승무원체험에서 벗어나 항공경영분야로 확대했다. 항공사 지상직 근무체험부터 항공기여객예약기록 등 주요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항공여행시 가장 편리한 여정을 제공하고 구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과정이다.

"나만의 건축물을 완성시킬 것"│실내디자인 체험 중인 학생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체험강의실에는 건축과 인테리어 관련 잡지가 수 백권 쌓여있다. 학생들은 책을 뒤져 마음에 드는 사진이나 자료를 재단해 직접 디자인한다.

인테리어 코디네이터가 되고 싶다는 장현경 양은 "똑같은 집과 비슷한 인테리어가 아닌,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공간을 꾸미고 싶다"며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나는데 직접 꾸며보려니 잘 안된다"고 말했다.

장양은 고정된 사각형의 건축물이 아닌 움직이고 이동이 가능한 예술적 가치를 담은 건축 인테리어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하공전 모든 진로프로그램은 전문교수가 직접 참여해 진행한다.

한 여학생이 환경분석 실험에 열중이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 선택 = 부평서여중 학생들은 맛보기 체험이 아닌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분야 프로그램을 골라 신청했다. 각 프로그램마다 인솔교사가 참여해 학생들과 같이 했다. 이날 선택한 프로그램은 윈도우서버구축, 영재과학교실, 인테리어코디네이터, 환경분석 실험, 금속변형체험 등 10개나 된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 프로그램 강의실을 찾아 질문하고 토론하며 작품을 완성했다. 인하공전에서 마련한 로봇개발 체험학습은 지역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여학생들은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기계제어용 회로제작이나, 서버구축 강의실에도 여학생들이 자리를 매웠다. 학생들은 전자 CAD(AlTium Designer)를 이용한 다양한 기초 회로의 컴퓨터 도면을 작성하는 시뮬레이션 체험에 집중했다. 전자관련 기초 회로를 이해하고, 이를 컴퓨터 도면에 그린다음 그 결과를 화면에 디스플레이하는 과정이다.

인하공전이 마련한 진로체험 과목 중 최강 중 하나는 '3D 프린팅'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창의 융합을 위한 과정으로 엮어냈다. 학생들은 123D Design 툴을 이용한 3D 모델링과 프린팅 과정을 학습한다. 이런 과정에서 다양한 창의력을 키우고 미래 산업혁명 유망기술에 도전하도록 한다는 게 교육목표다. 오전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인하공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구내식당이 멋진 레스토랑 같다"는 학생들은 식사 질과 서빙 하는 직원 분위기에 놀라는 눈치다. 식당 직원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호텔리어' 과목을 배우는 수업시간이라고 하자 '엄지 척' 사인을 보냈다.

인천 지역맞춤형 진로체험이 자리를 잡은 것은 지역 진로네트워크 구축에 있다. 인천교육청을 중심으로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기업, 민간단체가 힘을 모았다.

이들 기관이 보유한 전문기술과 장점을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맞는 특화산업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게 진로체험 노하우다. 인하공전의 경우 '체험시간이 부족하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캠프형 진로체험교육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솔교사로 참여한 이화수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미처 배우지 못한 내용이나 교과과정에서 놓친 것들을 체험활동을 통해 학습효과를 얻고 있다"며 "여학생들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남성의 영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미래 진로분야 변화가 예고된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사회를 스스로 설계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도록 진로교육을 활성화 시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역맞춤형진로교육은 = 교육부가 주관하는 '지역맞춤형진로교육' 특징은 지역사회 역량을 모아 학생 개인의 진로개발역량 함양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진로교육 접근성과 형평성 보장 △전 생애 포괄관점에서의 진로교육체제 구축 △진로교육 학습 권리를 학생층에서 모든 국민(학습자)으로 확대 △평생 진로교육 체제 구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한 효율적인 공공정책 실현을 진로교육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진로교육에 다양성을 담아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창출하고, 행복한 삶을 찾도록 지원하는 '평생교육' 개념의 정책이다. 우선 지역특화산업과 공공기관을 묶었다.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의 장점을 융합해 지역별 컨소시엄 형태로 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교육부는 진로교육 집중학년·학기제 시범학교를 중심으로 진로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진로상담교사를 통해 학생들의 진로방향 설정과 진로직업 탐구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진로종합정보망(www.career.go.kr)과 진로체험전산망(www.ggoomgil.go.kr)을 통해 진로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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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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