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감시프로젝트'

중대결함 263곳 못 고쳐

"현재 위협도 대처 못해"

2001년 10월 26일 당시 미 공군성 장관이던 짐 로체는 모든 항공산업 관계자들이 고대하던 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통합전투기사업'(Joint Strike Fighter, JSF)이다. 미 공군은 물론 해군과 해병대에서 사용하는 각종 전투공격기의 기능을 한 기종으로 통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JSF 제작사는 록히드마틴으로 결정됐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F-35' 전투기다. 미 국민들은 새로운 전투기가 2008년 실전배치될 것으로 믿었다. 당시 예상으로는 1대당 4000만~5000만달러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3군의 노후 전투기를 최고 성능의 전투기로 교체할 것이 확실시됐다.

F-35 개발사업은 발표 이후 17년이 지났다. 전례없는 지연이다. 미 해병대 전직 대위로 시민단체 '정부감시프로젝트'(POGO) 국방부문 연구원인 댄 그래지어는 최근 POGO 온라인사이트 기고문에서 "재설계와 테스트 결함, 수정, 생산 지체, 비용 초과 등의 악순환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더불어 수많은 과오가 있었다. 보잉사와 JSF 입찰 경쟁을 벌이던 록히드마틴은 애초부터 주요 기능을 구현한 시제품(prototype)이 아니라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엉성한 '기술 선전용 모형'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생산라인이 건설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설계상 결함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 2018년 3월 현재도 완성시점은 여전히 감감하다.

그래지어가 인용한 미 국방부 산하 '무기체계 운용시험평가국'(DOT&E)의 최근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최우선 대처'를 요하는 263개의 성능 및 안전결함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개발테스트, 즉 연구실 내 테스트조차 완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는 테스트가 완료된다 해도 실전배치 때까지 보다 많은 결함이 발견될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F-35는 '근접항공지원(CAS) 전투기'에 요구되는 기능 대부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CAS는 항공기를 이용해 적의 지상군을 공격하는 작전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동계획본부'(Joint Program Office)는 F-35의 '개발과 시험' 단계를 건너뛰려 하고 있다. 계획된 개발업무를 완료하는 대신, '지속적인 성능 개발과 인도'(C2D2)라는 모호한 명칭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이에 운용시험평가국 보고서는 "부적절한 시험결과 때문에 실행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단호히 지적했다.

그래지어는 "'C2D2' 프로그램이 F-35의 개발지연과 비용초과 문제를 감추는 한편 불완전 개발된 F-35의 연간 생산판매 대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건 내부고발도 필요없을 정도로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말까지 완전한 전투 능력을 갖춘 F-35 23대가 시험운용에 들어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우선 대처 결함 263개를 기한 내 고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올해말 시험운용도 물건너갔다.

하지만 생산을 밀어붙이려는 미 국방부 수뇌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결함투성이지만 이미 235대의 F-35가 '전투 투입 가능' 판정을 받고 미 공군과 해병대에 인도됐다. 그래지어는 "F-35는 전투배치는 고사하고 작전부대 훈련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전술을 구사할지조차 불투명하다"며 "F-35 개발단계를 축소하는 데 찬성한 국방부 수뇌부는 안전과 전투능력, 비용초과 문제가 불거질 경우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납세자들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터무니없이 비싼 F-35 전투기가 '미래의 적들의 위협을 선제적으로 제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를 귀 아프게 듣고 있다"며 "그러나 그동안 진행된 테스트 결과는 공군과 해병대에 인도된 F-35가 미래의 위협은커녕 현재의 위협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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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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