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전투기' F-35 합동타격기 개발과 관련한 지난 17년 역사에 대해 2017회계연도 미 국방부 산하 '무기체계 운용시험평가국'(DOT&E) 보고서는 '조달 과오'(Acquisition malpractice)로 규정한다.

보고서는 부실의 근본원인을 '컨커런시'(concurrency, 동시 또는 병행작업) 규정에 있다고 본다. 컨커런시는 조달획득 프로그램에서 개발과 시험, 생산의 각 단계를 의도적으로 겹쳐놓는 것이다. 즉 개발한 뒤 시험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생산하는 게 아니라 개발과 시험,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첨단 컴퓨터 작업을 통해 오류와 결함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2017년 4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국방부는 조달과 관련해 예산을 투입하기 전 개발시험을 완료해야 한다"며 컨커런시 방식의 폐지를 요청한 바 있다. GAO는 보고서에서 "F-35 획득프로그램에서 비용이 대폭 늘어나고 개발일정이 지연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컨커런시 때문"이라며 "F-35 성능이 미달한 근본원인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컨커런시의 문제점은 그동안 대략적으로만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설계가 불완전한 데도 수백대의 전투기를 대량으로 생산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향후 결함을 해소할 설계변경안이 나오면 전투기를 다시 개선한 뒤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막대한 비용과 기나긴 시간을 요하는 과정이다. 전투기가 팔릴 때는 완전한 성능을 가졌음을 전제로 에누리없이(at full price) 판매된다. 하지만 이후 대량의 결함이 발생했다. 불완전 비행기를 다시 개조하는 건 결국 막대한 추가비용을 요한다. 컨커런시 방식이 아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비용이다.

2017년 10월 짧막한 해프닝이 있었다. 미 공군 장성들이 획득프로그램 초기에 구입한 불완전 상태의 F-35 108대를 개선, 개량하는 대신 '제조중지 기종'으로 지정해 내버려두자는 제안을 한 것. 제안대로라면 혈세 210억~4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컨커런시 비용 논란을 그렇게 해서라도 우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제조중지 기종이 된 구식 F-35는 실전에 투입될 수 없다. 당연히 그같은 제안은 곧바로 철회됐다.

운용시험 과정엔 23대의 견본 비행기가 필요하다. 시험 비행기의 결함과 오류를 거쳐 최신판으로 업데이트하는 작업은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빠르면 올해 8월 시작하기로 한 '초도작전평가'(IOT&E) 전에 완료될 수 없는 상황이다. 초도작전평가를 통과해야 '초도작전능력'(IOC)을 획득할 수 있다. 비로소 실전에 투입될 능력을 갖췄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개발 일정이 늦춰진 주된 이유는 운용시험을 거치던 견본 전투기 여러대에서 설계결함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해당 견본기 중 일부를 개발시험용 그룹에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컨커런시 방식에 따른 새로운 F-35 235대가 생산됐고 운용부대에 할당됐다. 미국 시민단체 '정부감시프로젝트'(POGO) 국방부문 연구원인 댄 그래지어는 "미완성이고 결함투성이지만 일단 전투기를 구매하는 게 최우선사항인 것처럼 보인다"며 "설계와 개발시험을 완료하는 게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미 해병대는 지난 2015년 블록2B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F-35B로 초도작전능력 획득을 선언했고, 뒤이어 미 공군도 2016년 8월 '블록 3i'를 탑재한 F-35A로 IOC 획득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대언론, 대국민 홍보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공군과 해병대 모두 그같은 소프트웨어로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근접지원 가능한 소형 유도폭탄을 발사할 수 없었다. 공군과 해병대는 F-35를 '완전히 전투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최신형 '블록3F' 소프트웨어로 결함을 개선할 계획이다. 블록3F 소프트웨어는 이제 막 F-35에 삽입되고 있다.

그래지어 연구원은 "F-35는 현재 '저비율 초도생산'(Low-Rate Initial Production) 단계에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즉 '맛보기용 소량 양산' 수준이라는 것이다.

컨커런시 방식의 문제는 악화일로에 있다. 점점 더 많은 비행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컨커런시 규정에 따라 신규로 입고되는 F-35는 무려 90대다. DOT&E 보고서는 컨커런시 방식을 적용한 획득조달 전략에 대해 "운용시험과 평가는 전투성능을 예측하는 가장 믿을 만한 수단이다. 시험과 평가는 2019년말까지 완성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때는 이미 새로운 전투기 600여대가 추가된 이후"라고 지적했다.

GAO 보고서도 "2017회계연도에 구매한 F-35 전부를 개조하는 알려진 비용을 약 17억7000만달러(약 1조8700억원)로 잡고 있지만, 이는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라며 "점점 더 많은 비행기가 구매되고 시험과정에서는 보다 더 많은 설계 결함을 드러내면서 관련 추가 비용은 계속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12년 2월 당시 획득과 기술, 물류를 담당하던 프랭크 켄들 국방부 부장관보는 "F-35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악질 구매 사례"라고 비난한 바 있다.

DOT&E 보고서는 합동타격기(JSF) 개발계획이 선언된 지 17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전투효율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을 낱낱이 보여준다. 고통스런 스케줄 지연, 추가비용 급증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지어 연구원은 "최소한 현재 승인된 개발시험 국면이 완료될 때까지 의회는 불완전 개발된 F-35에 보다 많은 예산을 집어넣으려는 현재의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F-35 '합동계획본부'(Joint Program Office)는 의회에 현재 예정된 개발시험을 완료하는 대신 '지속적인 성능 개발과 인도'(C2D2, continuous capability development and delivery)라는 모호한 명칭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해둔 상황이다.

그래지어는 이에 대해 "'C2D2' 프로그램이 F-35의 개발지연과 비용초과 문제를 감추는 한편 불완전 개발된 F-35의 연간 생산판매 대수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라는 건 내부고발도 필요없을 정도로 자명하다"며 "의회는 단호히 이를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초도작전평가 전까지 합동계획본부와 DOT&E 간 합의된 시험프로그램 완수가 수행돼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시험 평가와 그 결과를 의회와 대통령, 국방부에 정직하게 보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F-35 개발과 관련 지난 17년 동안 약 1330억달러(약 140조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그럼에도 F-35 선언 당시의 장밋빛 약속이 지켜질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DOT&E 보고서는 이를 완곡하게 표현했다. "마침내,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F-35 프로그램은 여전히 시험에서 입증되지 않은 '블록3F' 버전을 '완전히 전투 가능한' 수준이라며 실전에 배치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버전을 가지고도 F-35는 현재의 위협에 맞설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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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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