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록히드마틴 '점검보다 판매가 우선'

2017회계연도 미 국방부 산하 '무기체계 운용시험평가국'(DOT&E) 보고서는 F-35의 설계와 기능에 여전히 중대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미 국방부와 방위산업체의 이해 못할 행동도 폭로하고 있다. F-35 전투 결함을 사전에 알려줄 운용시험과 그를 위한 시험시설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에는 '시험평가마스터플랜'(TEMP)이라는 규정이 있다. 국방조달에 필요한 공식 절차로, 무기 개발시험과 운용시험, 시험의 목적, 이를 수행하기 위한 물리적 필수조건 등에 대한 세부내역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엔 생산견본의 숫자, 운용시험 과정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시설 등이 담겨 있다. 마스터플랜의 세부내역은 'F-35 프로그램' 경영진이 만들어 국방부 개발운용시험국이 승인한다.

F-35 프로그램의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운용테스트가 가능토록 적절한 장비를 갖춘 23대의 생산견본 항공기가 필요하다. 시험을 위해 지정된 항공기는 2010~2012년 생산됐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면서 개발시험 동안 발견된 결함을 고치는 작업이 수차례 있었다. 이는 F-35 설계를 크게 바꿔놓았다. 따라서 당초 생산된 생산견본 비행기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DOT&E 보고서는 "지정된 견본용 비행기 일부를 사용하려면 최대 155개의 수정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F-35 '합동계획본부'(Joint Program Office)와 록히드마틴도 그동안 보고서 지적 내용을 인정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F-35 생산 예정표와 관련 예산을 승인해버렸다. 때문에 F-35의 전투 모의시험을 시작하기 앞서 설계 변경으로 인한 견본의 수정작업은 불가능하게 됐다. 전투 모의시험은 '초도작전평가'(IOT&E)로 불린다. 실전투입태세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평가다. 빠르면 올해 8월말 시작될 전망이다.

DOT&E 보고서는 2014년 견본 수정 문제점을 처음 지적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과 합동계획본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 운용시험을 대폭 축소하고 견본 비행기 규모를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최대한 현실과 비슷하게 운용시험장을 세팅하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시험을 위한 필수시설과 가상의 위협상황을 만들어내는 '방출기', 대형편대 전투를 위한 하이파이(Hi-Fi) 시뮬레이터 등에 예산 배정이 안돼 관련작업 착수가 늦어지고 있다.

미국 시민단체 '정부감시프로젝트'(POGO) 국방부문 연구원인 댄 그래지어는 "합동계획본부와 록히드마틴가 필수 절차를 생략, 축소하기 위해 지연전략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지어 연구원은 미 플로리다 소재 에글린 공군기지 내 시설을 사례로 들었다. 이 시설은 '미국 프로그램 재구성 실험실'(USRL)로 불린다. F-35의 전자적 전투 시스템을 시험하는 곳이다.

보고서는 "USRL 내 필수장비가 없다"며 "장비가 없으면 F-35의 전자적 전투 시스템이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맞서 적절한 성능을 구현하는지 알아볼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35의 스텔스(적의 탐지 기능을 피하는 은폐기술) 기능은 적의 레이더방어망과 지대공 미사일, 출격중인 전투기 등을 피해 최적화된 비행경로를 계산하는 컴퓨터시스템으로 구현된다. 그같은 계산은 F-35와 아군의 시스템 정보뿐 아니라 적의 위치와 위협적 전자신호, 적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담은 거대한 파일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 파일은 '미션데이터로드'(MDL)로 불린다. 개별 미션데이터로드는 전투현장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또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거나 적의 위협과 전투현장이 변할 때 신속히 업데이트돼야 한다. 최신 정보가 없다면, 매우 촘촘하고 방대한 MDL이라고 해도 F-35 시스템이 적을 탐지해 공격하거나 적의 위협을 따돌릴 수 없다. 그같은 MDL을 만드는 곳이 바로 미국 프로그램 재구성 실험실(USRL)이다.

DOT&E 보고서는 'USRL의 시설 부족' 그에 따른 '무질서한 MDL 파일 작성' 등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MDL 파일 1개를 만들어 최종 승인을 받는 데 보통 15개월이 소요된다. 그리고 F-35 시험을 위해선 최소 6개의 MDL 파일이 필요하다. 1개 파일은 운용시험 환경에 특정해 쓰이는 것이고, 나머지 5개는 F-35가 배치될 주요 전투현장에 관한 것이다. 미국이 적으로 삼고 있는 국가들은 각각의 특성을 지닌 무기체계로 운용되기 때문에 최소 5개의 독특한 전투현장을 담은 파일이 필요하다.

DOT&E 보고서 평가에 따르면 프로그램 재구성 실험실은 올해 12월에나 운용시험용 MDL을 생산할 전망이다. 현재 예정된 F-15의 초도작전평가(이르면 올 8월)보다 넉달이나 늦다. MDL이 있어야 초도작전평가가 가능하고 평가에 따른 결과가 나와야 실전에 배치할 수 있다.

보고서는 "MDL을 신속히 만들고 시험하고 최적화할 수 있도록 국방부는 시설을 갖춘 프로그램 재구성 실험실을 확보해야 한다"며 "더불어 MDL이 실전 시나리오를 담은 최대 압박의 조건 아래서 제대로 기능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DL 시험에는 특별한 전자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위협 발산기'(threat emitter)다. 적의 레이더와 미사일 유도, 기타 위협적 장비를 흉내내 신호를 발산하는 장치다. F-35가 실전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환경을 인위적이지만 사실적으로 만들어준다. 보고서는 "프로그램 재구성 실험실은 잠재적인 적이 가하는 대공망 위협상황을 만들어내는 발산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필수장비가 없다면 실험실은 F-35의 전자적 무기시스템을 적절히 시험할 수 없고, 따라서 현재와 미래 위협에 대항하는 성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2012년 장비부족 문제를 인식했고, 2014년과 이듬해 4500만달러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후 필요한 예산과 관련 계약에 대해 합동계획본부와 록히드마틴은 손을 놓고 있다. DOT&E가 부실한 실험실과 관련해 거듭 경고했지만, 합동계획본부와 록히드마틴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보고서는 "만약 이를 회피한다면, 현재 예정된 계획은 실행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험실은 MDL을 만드는 것말고도 중대한 또 다른 임무를 맡고 있다. 바로 '조인트 시뮬레이션 환경'(JSE)이다. 현실감 있는 비행 시뮬레이션 시설이다. 하이파이 조종간 시뮬레이터와 적의 유인 전투기, 아군 통제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실감 있게 비행하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 컨트롤러, 레이더 조작수에 대항해 아군은 대규모 편대를 구성해 맞설 수 있다.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설명에 따르면 다른 비행 시뮬레이터와 달리 JSE는 실제와 동일한 비행경로, 조작법, 무기장착 등 입증된 시뮬레이터다. 따라서 시뮬레이션된 가상의 성능은 실제 F-35의 성능과 비교가능하다.

JSE를 프로그램화하려면 '위협신호 발산기' 등을 동원한 시험현장에서 대략 100번의 실제비행을 통해 얻어진 자료가 있어야 한다. 거듭된 비행을 통해 #레이다 성능 #발사된 무기의 궤적 #F-35에 장착된 센서가 지상과 공중의 위협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에 대한 자료를 모은다.

필수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한 뒤 만드는 프로그램은 F-35 운용시험 과정에 절대적으로 긴요한 부분다. '위협 발산기'는 그 과정을 위한 핵심 장비다. 하지만 합동계획본부와 록히드마틴은 발산기 구매를 미적거리고 있다.

핵심장비 구매를 지연한 건 이번뿐이 아니다. 운용시험 과정에서 전례가 있었다. JSE는 F-15 프로그램의 2번째 하이파이 시뮬레이션 시설이다. 첫 번째는 '베리피케이션 시뮬레이터'(VSim)로 불리는 장비였다. 합동계획본부는 록히드마틴과 VSim 제작 계약을 맺었다. F-35 제작사가 그에 대한 시험시설도 만든다는 것이었다. 기말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시험문제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결국 VSim 계획 자체가 취소됐다.

JSE를 만들기로 결정한 뒤 14년이 흘렀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오히려 '비용이 많아졌다'며 발주품 인도 실패에 따른 예산 추가 책정을 요청하고 있다. 결국 합동계획본부는 록히드마틴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대신 해군과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군은 F-35를 시험할 만한 대규모 시뮬레이션 시설을 건설해본 경험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지어 연구원은 "시뮬레이터 책임자를 바꾸는 결정은 옳은 처사로 보인다"며 "하지만 시작부터 다시 한다는 건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F-35 개발 프로그램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동계획본부는 당초 JSE를 2017년말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DOT&E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말이나 돼야 완성된다. 하지만 그때는 초도작전평가를 완료하기로 한 때이기도 하다.

그래지어는 "책임의 경중을 따지면 록히드마틴 잘못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조종간과 컴퓨터서버, 영상장치 등 국방부가 공급하기로 한 물리적 시설은 거의 완료됐다. 반면 지형지세와 위협요소, 목표물 등 록히드마틴이 맡은 가상 환경은 여전히 미완이다. F-35 성능시험을 위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서 특히 그렇다. 록히드마틴은 가상의 지형, 위협, 목표물 등 시뮬레이션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 데이터를 아직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지어 연구원은 "국방부와 합동계획본부 관계자들은 'F-35가 복잡하고 정교한 적의 위협을 다루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진척 상황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옹호한다. 또 '시험 환경을 축소해서라도 시급히 초도작전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F-35 판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등 유무형의 압박을 DOT&E에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DOT&E 보고서는 "F-35의 위협대처 능력을 적절하고 사실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전장에 투입한다면, 조종사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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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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