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운용시험 평가결과

실험실에서 수행한 F-35 개발시험(developmental testing) 동안 수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해결되지 않은 결함이 200개 이상이다. 개발시험 이후 단계인 운용시험(operational testing) 동안 또 다른 수많은 결함이 발견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실전 운용시험 결과는 실험실처럼 인위적으로 세팅된 환경에서 드러난 결함을 훨씬 뛰어넘는다. 운용시험을 통해 무기체계가 설계대로 제작됐는지, 계약 세부내역을 충족하는지 등을 파악한다. 실제 무기를 사용할 특정 전투요원들이 가장 현실적인 전장의 조건을 만들어 해당 무기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파악한다. 달리 말하면 '전투운용 적합성'이다.

미 캘리포니아 해안가에 정박한 미 해군 군함 니미츠호 갑판 위에 올라선 F-35C 사진 연합뉴스


미 국방부가 정의 내린 전투운용 적합성 기준은 다양하다. 가용성(전체 작동 가능 시간 중 실제 작동 가능 시간, availability), 신뢰성(고장이 덜 나는 정도, reliability), 보전성(고장이 나도 수리하기 쉬운 정도, maintainability), 전투시 사용비율, 호환성, 수송성, 상호운용성, 안전성, 인간적 요소, 거주성, 노동력, 병참 후원, 자연환경 요소와 충격, 문서화, 훈련자격 등이다.

2017년 치러진 개발시험 동안 F-35 프로그램은 기대 이하의 성능을 드러냈다. 향후 예정된 운용시험에 불길한 전조였다.

2017회계연도 미 국방부 산하 '무기체계 운용시험평가국'(DOT&E) 보고서에 따르면 운용시험을 위해 미 공군과 해병대에 배치된 235기의 F-35는 다중임무(multiful missions) 가용성 시험에서 26%의 점수를 받았다. 가용성이란 F-35가 '작동 상태에 있는 시간' 중에서 '온전하게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비율화한 것이다. 작동가능 시간에서 보수고장 수리시간과 기술개량 시간을 빼면 된 뒤 다시 작동가능 시간으로 나눠 구한다. 미국 시민단체 '정부감시프로젝트'(POGO) 국방부문 연구원인 댄 그래지어는 "F-35가 전투에 투입된다면, 3/4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전투효율성을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훨씬 덜 엄격한 조건 아래 시행된 단일임무(single mission) 가용성 시험에서 F-35는 50%의 점수를 받았다. 실망스런 결과였다. 지난 3년여 동안 진척이 없었다. F-35 '합동계획본부'(Joint Program Office)가 합격선으로 설정한 단일임무 가용성은 60%였지만 이에 미달했다.

F-35의 신뢰성과 보전성 결과도 가용성 결과만큼 암울하다. 운용시험에 투입된 F-35A(공군용), F-35B(해병대용), F-35C(해군용)가 고장 등으로 정비를 받고 다시 비행에 나섰을 때 평균 비행시간은 44~82분에 그쳤다. 그리고 나서 다시 오류가 났다. 각각의 오류를 정비하는 데 들어간 시간은 평균 4.9~7.3시간이었다. 가용성과 마찬가지로 신뢰성 항목도 3년여 동안 진척이 없거나 미미했다.

특히 정비에 투입된 평균시간은 국방부의 기준, 록히드마틴과의 계약서에 비춰볼 때 2~3배 초과된 것이다. F-35 합동계획본부는 이같이 중대한 결함을 당초 기준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즉, 오류를 고치기 위해 허용되는 정비시간 기준을 F-35A, F-35C의 경우 두 배, F-35B는 2.5배 늘려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그래지어 연구원은 "F-35가 가용성과 신뢰성, 보전성 부문에서 그동안 진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새로 인도되는 F-35가 점차 늘어나는 데도 2014년 10월 이래 단일임무 가용성은 변함없이 50%에 머물러 있다. 그래지어는 "지금 공장에서 갓 나와 최신의 업그레이드를 갖춘 F-35가 미시험 부품을 달았던 개발초기 단계만큼의 정비시간을 요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F-35의 정비문제가 설계 자체에 있다는 의미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이 완전한 F-35를 출시할 능력이 안된다는 의미 △F-35 프로그램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더라도 해당 문제를 개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그같은 점은 F-35의 예비부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F-15의 낮은 가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요인 중 하나다. 훗날 총체적 부실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F-35의 고장난 부분을 정비하는 데 필요한 '유기적 병참능력'은 뒤늦게야 수립됐다. 이 때문에 F-15가 고장났을 때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하는 대신 고장난 부품을 다시 고쳐쓰는 실정이다. 이유가 뭘까. F-15 제작은 물론 정비하는 과정까지 독점해 막대한 방위예산의 수혜자가 되고자 한 록히드마틴의 꼼수 때문이다. 즉 자신만이 손댈 수 있는 'F-15 병참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2017년 10월 보고서에서 "록히드마틴의 공급망을 거쳐 F-35 예비부품을 받기 위해서는 평균 172일을 기다려야만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F-35의 낮은 가용성 문제는 단지 부품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F-35는 '날아다니는 컴퓨터'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다른 전투기나 지상군과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용되도록 설계됐다. 함께 출격하는 모든 전투기로부터 정보를 모아 '퓨전엔진'이라 불리는 최신 컴퓨터로 처리한 뒤 다시 모든 조종사에게 전투상황과 정보를 담은 선명한 영상으로 보내준다. 기존에는 조종사들끼리 '어떤 목표물이 실제이고 가짜인지' 구두로 정보를 교환했다. 이를 센서퓨전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당연히 목표는 조종사의 부담을 줄여 전투에만 신경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운용시험에서는 그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정임무 계획 데이터를 'OMS워크스테이션'에 입력하는 과정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종사들은 조종간에 앉아 수작업으로 임무계획을 입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심각한 건 '자동 군수지원 정보시스템'(ALIS)이다. 록히드마틴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전투임무 계획 △위협 분석 △정비진단 △부품 주문 △정비스케줄 등 복잡하고 많은 인력이 필요한 과정을 단말기만 기체에 연결하면 자동 수행되도록 한다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능은 ALIS 운영자와 정비팀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자동진단 기능'은 멀쩡한 기체가 고장났다며 지속적인 오류보고를 내는가 하면 불필요한 부품을 거듭 주문하는 등 고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ALIS를 포함한 F-35 프로그램이 사이버테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공군소장으로 퇴역한 뒤 최근까지 카네기멜론대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다 신임 국방부 운용시험평가국장에 임명된 로버트 F. 벨러가 'F-15의 복잡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는 걸 최우선과제로 삼은 이유다.

하지만 DOT&E 보고서는 비관적이다. 합동계획본부는 F-15가 사이버보안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에 ALIS 접속 없이 30일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해킹을 당하거나 아니면 ALIS 시스템 자체가 원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30일보다 훨씬 오랜 기간 ALIS를 사용하지 않고 F-35를 운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F-35는 일반적인 문제점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해병대 엔지니어들은 F-35B용 타이어를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F-35B는 단거리이륙, 수직착륙 특징이 있다. 때문에 수직착륙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드러운 타이어가 필요하다. 동시에 일반 활주로에서 고속으로 착륙하기 위해 강력한 재질의 타이어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하중 한계 때문에 타이어는 가벼워야 한다. F-35B 타이어는 최소 25번의 착륙이 가능하도록 계획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평균 10번의 착륙만으로 교체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이어 개당 가격은 1500달러정도다. F-35B의 수명이 약 8000비행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기당 타이어에 들어가는 비용만 240만달러다.

이밖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위급상황 발생시 탈출이 가능한 조종사의 '사출좌석'의 크기가 다양하지 않아 조종사 저산소층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생산라인의 실패, 속도와 조작 제한, 헬멧 영상시현장치와 야간 투시카메라 결함, F-35B와 F-35C에서의 공중 재급유의 제한 문제도 거론된다.

미 국방부 획득기술군수 차관인 엘렌 로드가 "미국은 F-35를 유지할 여력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수백가지의 결함이 있다. DOT&E 보고서는 "합동계획본부는 F-35 운영비에 대한 현재의 낙관적이면서 근거가 없는 추산을 중단하고, 대신 현실적으로 테스트 과정과 실전 운용 자료를 기반으로 유지보수 비용을 추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지어 연구원은 "F-15와 관련해 추가적인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불확실성은 지속되며 관련 계획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F-15는 이미 오래 전 완성작이 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유지가능 비용에 낙관적 견해를 덧칠하고 있다"며 "근시안적으로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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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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