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무기체계 운용시험평가국' 보고서

 2016년 9월 당시 공군성 장군인 데보라 리 제임스는 의회 청문회에서 "2018년 인도될 F-35A(공군용 F-35)는 완전한 전투력을 갖출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2017회계연도 미 국방부 산하 '무기체계 운용시험평가국'(DOT&E) 보고서에 따르면 상당기간 지체된 시험 스케줄 때문에 제임스 장관의 장담은 현실화될 수 없는 상태다. '전투 가능'은 언감생심이다.

미 해병대 전직 대위로 시민단체 '정부감시프로젝트'(POGO) 국방부문 연구원인 댄 그래지어는 최근 POGO 온라인사이트 기고문에서 "보고서에 누락된 불편한 진실은 지난해까지 예산이 투입된 359대의 F-35 역시 전투력 결함이 상당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와 제조사 록히드마틴의 계약서에 따르면 'F-35는 이전 전설적 군용기의 능력을 능가하거나 최소한 그것과 대등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히 공대공(air-to-air) 전투나 원거리 타격(deep strike), 근접항공지원(CAS, 적의 지상군을 공격해 우군을 돕는 작전) 등은 F-35가 우월함을 발휘해야 하는 필수 성능이다.

'근접지원' 임무와 관련해 이미 실전에서 탁월함을 증명하고 있는 A-10 지상공격기는 F-35가 대체해야 하는 주요 군용기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시험결과 F-35는 근접지원 군용기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군이 현재 전 세계에서 벌이는 실제 전투에서 A-10은 매일 해당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많은 결함 중 두드러진 것은 F-35가 장착된 기관포로 목표물을 타격하지 못한다는 것. 이는 특히 공군용 F-35A에서 현저히 드러나는 결함이다. F-35A는 기관포를 기체 내에 장착하고, 해병대용 F-35B와 해군용 F-35C는 기체 밖에 기관포를 장착한다.

DOT&E 보고서에 따르면 F-35에 장착된 기관포 시스템은 △효율성 △정확성 △조종사 컨트롤 △'헬멧장착 디스플레이 시스템'(HMDS) 사격조준기 등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HMDS는 속도와 고도 등 모든 중요정보를 조종사의 시선과 관계없이 언제나 제공하도록 헬멧에 장착된 영상시현 장치다. 기존 기체에 고정된 시현장치는 조종사가 시선을 돌릴 경우 정보를 인지할 수 없다. F-35 전투기에서 스텔스기능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바로 '센서융합'인데, 이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이 바로 HMDS다. HMDS 헬멧은 개당 60만달러(약 6억4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장비다.

캘리포니아주 차이나레이크에 위치한 미 해군 '항공무기 기지' 시험팀은 2017년 2월 F-35C 기관포의 공대지 성능을 시험했다. 하지만 조종사의 HMDS에 시현된 영상은 기관포가 겨누는 목표물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서 시험은 오랜 기간 중단됐다. 6개월 뒤인 2017년 9월 임시조치를 취하고 나서야 시험이 재개됐다.

하지만 DOT&E 보고서는 "F-35 기관포는 여전히 목표물에 대한 불특정 편견을 갖고 있다"며 "기총소사 시험에서 조종사가 계속 지상 목표물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설계팀이 결국 목표물 식별 문제를 고칠 수 있다고 해도 F-35 전투기 설계 자체는 기관포를 사용한 근접지원 임무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기관포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전투기가 낮게 날아 목표물에 근접해야 하며 지상의 반격에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F-35처럼 기체 두께가 얇아 적군의 소총 사격 몇발에도 화염에 휩싸이기 쉬운 전투기는 근접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임무다.

F-35 '합동계획본부'(Joint Program Office)와 공군 수뇌부는 '그같은 결함은 별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기관포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건 옛날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장거리 정밀유도무기, 이를테면 '유도폭탄' 또는 '소구경탄'(SDB II) 등으로 목표물을 멀찌기 타격하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매일 실제 전투를 치르는 지상군과 지상관제팀의 얘기는 180도 다르다. 이들은 근접한 적부대를 근거리에서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가 자신의 생사를 좌우한다고 믿고 있다.

또 공대공 임무에서 현재의 F-35는 이전의 전설적 군용기인 F-15, F-16, F-22와 대등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종사의 시야를 벗어나는 원거리 공중 전투에서 사용하는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암람)의 경우, 앞서 언급한 컨트롤과 디스플레이 결함은 물론 미사일을 군용기에 장착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이는 암람을 장착한 F-35가 '킬체인'(kill chain)을 지원할 수 없다는 의미다. 킬체인은 적의 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공격하고 그 결과를 파악하는 일련의 공격형 방위를 의미한다.

전투와 관련한 결함은 또 있다. F-35의 모든 전투력은 그 시스템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에 달렸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수많은 수정작업을 거쳤다. 해병대는 F-35B를 전투 가능 수준으로 운용하기 위해 '블록2B' 버전 소프트웨어를 쓴다고 선언했다. 반면 공군은 '블록3i' 버전 소프트웨어로 운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공군과 해병대 모두 그같은 소프트웨어로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근접지원 가능한 소형 유도폭탄을 발사할 수 없었다. 공군과 해병대는 F-35를 '완전히 전투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최신형 '블록3F' 소프트웨어로 이전의 오류를 개선할 계획이다. 블록3F 소프트웨어는 이제 막 F-35에 삽입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설계와 시험은 여전히 완성작과는 거리가 멀다. 프로그램 오류를 수정하는 수많은 패치파일이 만들어졌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2017년 10월 출시된 블록3F 소프트웨어의 정식명칭은 '3FR6.32'이다. 이는 31번째 수정버전이다.

중대한 결함은 여전하다. '블록2B'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조종사가 유도탄에 삽입한 목표물 좌표를 확인할 수 없다. 새로운 '블록3F'는 '완전 전투 가능'하기 때문에 조종사가 자신이 유도탄에 보낸 좌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투지역에서 교전하려면 조종사는 '유도탄을 발사하기 전 정확한 목표물 좌표를 입력했는지'에 대해 지상관제팀에 확신을 줘야 한다. 만의 하나 아군을 타격하는 재앙적 상황을 막기 위한 필수 예방과정이다.

하지만 시험 결과 조종사가 확인할 수 있는 좌표는 그가 실제로 부여한 좌표가 아니었다. 보고서는 '좌표가 유도탄에 정확히 삽입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유도탄이 의도한 목표물에 다다를 것이라는 확신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상군은 근접지원 임무를 맡은 전투기의 '목표물 공격시간'(TOT, time on target)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F-35에 적용된 최신 소프트웨어는 발사된 무기가 목표물에 도달하는 시간을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이전 전투기들은 가능했던 기능이다. 지상의 대포와 박격포, 공중의 전투기는 각자의 포를 발사할 때 시간과 공간상 충돌을 피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F-35는 TOT를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전투 장비가 복잡하게 얽히는 환경에서 전투 능력 발휘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F-35 조종사는 수작업으로 목표물 공격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이는 조종사의 할일을 늘릴뿐 아니라 이미 복잡하게 얽힌 과정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증가시킨다. 댄 그래지어는 "전투에 돌입한 지상군에게는 매초매초가 중요하다"며 "TOT를 몇초 빨리 알게 되는 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F-35' 연재기사]
① F-35, 역사상 가장 비싼 실패작? 2018-03-30
② F-35 전투력, 구형 'A-10', 'F15~16'보다 못하다? 2018-04-02
③'제작-정비 독점' 록히드마틴, 부품수급만 172일 2018-04-03
④ 성능시험 계속 지연된 F-35, 대충 점검하고 넘어간다? 2018-04-04
⑤ "F-35, 현재 위협에 맞설 능력 먼저 입증해야" 2018-04-05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