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직접 목적' 모호한 약관 근거로 보험사들 계약자에 보험금 지급거부

아플 때 힘이 돼줄 것이라고 믿었던 보험이 오히려 암투병 중인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 암보험 계약자들은 병마와 싸우는 동시에 보험사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진행중인 이정자씨.

지난 2월 말부터 매주 화요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암환자들이 모여 시위를 한다. 모호한 약관을 근거로 보험사들이 암입원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항의 시위다. 이정자(59)씨도 이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 중 한명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고 올 1월에는 전이 위험을 없애기 위해 난소 제거 수술까지 마친 상태다. 1990년대 중후반 삼성생명 설계사로 있으면서 그는 홈닥터, 여성시대 등 삼성생명의 암 관련 보험 4개를 계약했다.

하지만 암 치료 과정 중 입원한 비용에 대해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씨의 입원이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항암치료가 8차례 진행되는 동안 요양병원에 6개월가량 입원해 있었다. 이씨는 "작년 2월 서울대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으면서 앞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면 손톱이 까매지고 머리가 빠지고 구토가 심해서 음식도 먹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그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요양병원에서 구토 예방치료제를 놔주니까 구토도 안 나고 면역치료제를 맞으니까 손톱도 안 까매졌다"면서 "의사는 암환자에게 투여되는 건 다 직접 치료지 간접 치료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하는데 보험사는 직접 치료가 아니라면서 보험금을 안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자닥신·압노바·셀레나제·포셀 주사, 고주파 치료 등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사는 요양병원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치료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에 대해 이씨는 "우리가 보험 들 때 직접이니 간접이니 하는 거 설명을 한 적도 없고 설명 들은 적도 없다"면서 "삼성생명은 이걸 지급하면 내가 요양병원에 주구장창 누워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아예 안 주려고 하는 것이고 나를 보험사기꾼 취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암 보험 약관에는 암입원일당과 관련해 '입원일당 3일 초과 1일당 10만원, 120일 한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많은 보험사들이 입원환자들에게 입원비를 100% 인정해줄 수 없다면서 합의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씨는 "증권에 쓰여진 대로 입원일당 3일 초과 1일당 10만원이면 30일 중에 3일 빼고 270만원 주면 된다"면서 "암 치료 받은 것에 대해 보험금을 받으려고 보험에 가입했지 보험회사랑 협상하려고 보험을 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측은 "암의 직접 치료 판단은 나름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서 "그동안 이와 관련한 분쟁 조정이나 법원의 판결이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에서 이뤄지는 면역치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암 치료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타당성 있고 전문가의 소견이 반영된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이씨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삼성생명의 답변서 미제출로 지난달 말 무변론종결될 예정이었으나 선고일 사흘 전 삼성생명 측이 '자세한 답변은 곧 제출하겠다'는 답변서를 제출해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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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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