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예시로 소비자 이해 쉽도록" … 상품 설계 단순화도 방법

모호한 약관이 야기한 암보험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 분쟁의 불씨를 줄이기 위해서는 약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지급 기준이 명확해지면 보험회사가 보험소비자에게 보험금을 일부만 받도록 합의를 종용하거나, 보험소비자가 억지를 부리거나 억울함을 호소할 일이 없어진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에 소모적인 논쟁이 줄어들면 보험금 지급분쟁으로 실추된 보험회사의 신뢰도도 제고될 수 있다.


◆일본 암보험, 약관에 사례 열거 = 문제가 되고 있는 암보험 약관의 '암의 직접적인 치료목적'(또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이라는 표현에 대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명확한 정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동일한 청구내용에 대해 보험사별로 약관 지급기준을 다르게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일부만 지급하거나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은 약관에 암의 직접적인 치료목적에 해당하는 사례를 예시로 설명해 불필요한 암보험금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건의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후유증 및 합병증 치료라 할지라도 의사의 소견상 암치료가 주된 목적인 경우 △말기암 환자 치료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된 경우 △암 합병증 발병시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유지가 불가능한 경우 △항암치료시 병실부족 등으로 부득이하게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 등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목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약관에 삽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암보험을 파는 일본의 경우 암보험약관 내용이 구체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생보사 암보험 약관에는 "암수술 및 상피내암수술이란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여 수술하는 경우로 수술번호 1~8을 가리킨다"고 돼 있으며 이 8가지 수술이 어떤 것인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약관에 구체적인 예시를 사용해 소비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보험약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명료한 상품이 분쟁 줄인다 = 약관 구체화와 함께 암 질병에 대한 표준약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 관련 법령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보험약관을 작성할 때 표준약관을 준용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장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보험 같은 금융상품은 복잡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표준약관을 만들어 보험사들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상 상해나 장해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암에 관련된 규정은 없다.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암보험과 같이 대다수 국민이 가입하는 질병보험에 대해 표준약관을 제정할 필요가 있으며 질병(암)보험 관련 표준약관에서 의학적 용어와 내용, 관련 규정에 대하여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가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보험상품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암보험금 소송을 진행중인 이정자씨는 "암요양병원 입원시에 입원비 지급이 되는 상품은 보험료를 올려 받고 암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이 안되는 상품은 보험료를 적게 받는 식으로 상품을 1안 2안으로 개발해서 계약자가 선택하게끔 하면 된다"고 말했다.

암진단과 암사망보험금 위주의 상품으로 구성을 바꾸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호주의 AIG 다이렉트보험사의 암보험상품인 'Wellwomen'의 경우 진단보험금 위주로 이루어진 암보험상품만을 판매해 분쟁의 소지를 줄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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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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