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 가입자들 '청와대 국민청원'서 성토 … '보험사 대응 모임' 결성돼

암 보험금 분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과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암 보험과 관련한 민원건수는 2012년 370건에서 2017년 673건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 10~20년 전 암보험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이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암 발병 사례가 많아지고 관련 분쟁도 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 300여명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6차 시위를 열고 암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한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보암모 제공


암 보험금 분쟁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암입원비 분쟁이다. 보험사들이 요양병원 치료를 암 치료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그동안 보험사를 상대로 '각개전투'를 벌여왔던 소비자들이 최근 힘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암입원비 지급을 거절하는 보험사를 성토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요양병원 보험금 지급 조건이 변경됐으면 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췌장암 투병 중인 아버지가 있다고 밝힌 작성자는 "항암치료하면 알다시피 머리 빠지고 떨어지는 면역력에 손톱과 발톱색이 변하며 토하고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 요양병원에라도 입원하여 면역주사 자닥신, 온열치료, 구토 안하게 하는 주사 식이요법 등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해드립니다"면서 "그런데 보험사는 암직접치료 방사선, 항암이 아니면 지급이 안될 확률이 높다네요"라며 보험사가 보험금 '딜'을 요구해왔다고 썼다.

그는 "아픈 환자를 두고 딜을 해야 합니까. 그래야 돈을 주나요? 돈 없으면 요양병원에서 치료도 못하고 면역주사 한대 못 놔드리고 집에서 아픈 모습을 봐야하나요?"라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2월 올라온 '보험사들 가입전후 대응, 서민은 피해자여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은 "보험사는 가입은 쉽게 보상은 어렵게... 병든 어르신들이 또는 환자들이 아픈 것만으로도 힘들고 서러운데... 너무 처리가 되지 않아서 이렇게 청원민원까지 드리게 됐습니다"라며 "간암 진단금과 요양자금 그리고 입원비 보상금 미지급으로 인한 시간싸움과 배신감으로 두번, 세번 아프고 답답한 마음을 좀 해결해 주십사 글 올립니다"라고 돼 있다.

국민청원과 별개로 보험사의 암입원비 지급 거부에 항의하는 암환자와 가족들은 최근 모임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지난해 말 만들어진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밴드에는 현재 800명 가까이 가입해 있으며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일 열린 금융감독원 앞 6차 시위에는 전국에 있는 보암모 회원 300여명이 참석해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책임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5차 시위 때까지 100~200명이 참여한 데 비해 참가자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아내의 암보험금 문제로 모임을 결성하게 된 최철규 보암모 회장은 "작년에 몇 달 간 1인 시위를 했는데 이게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보암모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암입원일당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들의 행태는 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횡포"라면서 "앞으로 무기한 시위와 언론 제보, 1백만 서명운동, 청원 운동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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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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