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암요양병원 입원비' 대부분 지급거절 … 보험 만들땐 병원 구분 안해

'암 치료의 직접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사들이 암환자의 요양병원 입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암보험 설계 실패와 △보험사 주주 수익 극대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990년대 중반 보험사들은 앞다퉈 암보험 상품을 개발해 내놓으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그러다 2000년 중반 암 발생률이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악화하자 소극적인 판매 모드로 전환한 바 있다.

암 입원보험금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기 건강검진의 정착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암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아지자 보험사들은 '심사 강화'라는 명목으로 계약자의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암환자 3명중 2명은 5년 이상 생존 =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국립암센터)가 발표한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자료를 보면 2015년 인구 10만명당 암 발생자수는 21만4701명으로, 암 발생 통계 산출을 시작한 1999년 10만1032명의 2배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5년 14만7060명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규모다.

암 발생자가 급격히 느는 동안 암 생존율도 서서히 늘어났다. 조기 검진으로 암 진단을 받는 이가 많아졌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고 완치되는 암환자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하 암생존율)은 70.7%였다.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년 전인 2001~2005년과 비교하면 16.7%p 증가했고 20년 전인1996~1999년보다는 26.7%p나 늘어났다.

이처럼 암보험을 설계·판매할 당시 예측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현재 상황이 급격히 달라지면서 보험사들에게는 '비상'이 걸리게 됐다. 특히 당시 암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던 생보사들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의 경우 계약자들이 청구한 암보험금을 다 지급하려면 수천억원이 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청구하지 않은 계약자들이 미래에 입원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면 지급액수가 조 단위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보험사, 계약자보다 주주 이익에 관심" = 보험사들은 암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해 요양병원 입원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요양병원에서의 치료가 '암 치료의 직접적인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만약 암보험이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설계됐다면 이같은 보험사의 대응은 수긍할 수 있다.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 요양병원 입원비 부담이 없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보험을 설계할 때 병원별로 분류해 보험료를 산출하지는 않는다. 대형병원은 입원을 보장해주고 요양병원은 안되는 식이 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경우 약관에 보면 한방치료와 치과치료에서 비급여의료비는 제외한다고 돼 있는데 그러면 이것은 이 치료항목들은 넣지 않고 보험을 설계했다는 얘기"라면서 "암보험 입원보험금의 경우 병원을 급별로 분류해서 보험료를 산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암보험 약관에 '요양병원 입원 제외' 등의 문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대형병원에서는 암 환자가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 퇴원을 시키기 때문에 암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중소규모나 요양병원으로 가는 게 현실"이라면서 "보험사들이 예측을 잘못해서 보험을 설계해놓고 그 책임을 계약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장은 "보험료는 선불이고 보험금은 후불인데 수익자가 청구하지 않거나 보험사가 과소지급하면 그 남은 돈은 전부 보험사 주주의 이익이 된다"면서 "보험사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는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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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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