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직접적인 목적' 문구 해석, 보험사마다 달라 … 암환자들만 피해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밴드에는 'A보험사에서는 보험금을 줬는데 B보험사에서는 지급을 거절하거나 축소 지급하겠다고 한다'는 고발성 게시글이 종종 올라온다. 특히 암 입원비 지급과 관련해서 보험사의 상반된 태도에 보험계약자들은 당황스러움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암보험금 소송 중인 이정자(59)씨도 항암치료 기간 동안 암요양병원에 입원해 면역치료를 받은 것에 대해 신한생명으로부터 암입원비를 모두 지급받았다. 이씨는 "신한생명 손해사정인은 (요양병원 면역치료가) 다 직접 치료이고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소비자에 불리한 판례 내미는 보험사들 = 이처럼 엇갈리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4일 이상 입원하였을 때 암입원비를 지급한다'는 약관에 대해 보험사들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관 문구 중에서 '직접적인 목적'의 해석이 쟁점인데 보험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입장이 정리돼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암보험금 필수정보' 금융꿀팁을 통해 "피보험자가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통원만으로 치료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로서 병원 등에 입실해 의사의 관리하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통상의 의료관례상 통원 치료함이 타당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 보험약관상 입원비의 지급대상이 되는 입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입원비의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2008년 선고된 대법원 판례(2008다13777)를 인용한 것이다. 요양병원에서 행해지는 압노바나 헬릭소 등의 면역치료 대해 "아직 항암효능이 입증된 바는 없어 그 투여만으로는 '암치료의 직접목적'으로 보기 어렵고, 투여를 위해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한 판결이다.

환자 사례에 따라 달라지는 판결 = 이 가이드라인은 법원의 판결보다 훨씬 좁게 해석된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 대법원 판례를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 거부의 주요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상황에 따라 판결 내용은 달라진다. 2012년 서울고법 판결(2011나11377)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의 항암약물치료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경우 그 기간 내에 직접적인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약물치료를 위한 입원이 아니라 절제 등의 수술이나 기존 항암약물치료로 인한 후유증을 치료하고 면역력 등 신체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입원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입원이 항암약물치료를 받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2004년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판결(2003나56037)에서는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라 함은 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의 판단에 따라 암의 치료를 위하여 입원한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할 뿐 암의 치료를 위하여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경우와 같이 제한해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보험사의 자의적 해석 지양돼야" = 특히 이 판결에서는 "약관의 내용은 개개 계약당사자와의 의사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약관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법률이 아닌 약관은 계약자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되고 명확성을 띠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암모 회원들 사이에서는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액수가 적고 장기간 입원이 아닌 경우에는 지급을 하고 금액이 크고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보암모 회원인 김근아씨는 "보험약관 어디에도 암입원금에 대한 직접 목적의 치료가 무엇인지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좁게 해석해 소비자는 보험금을 못받거나 적게 받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암보험 약관에서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라는 규정의 해석에서 보험 실무상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면서 "축적된 암보험 관련 판례를 일정기간이나 정례적으로 암보험 상품 약관에 구체적으로 예시를 넣어 규정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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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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