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둔촌동 허브천문공원

아이들 장난감같은 예술작품

"보통 미술품에는 '만지지 마세요'라고 써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헛갈렸어요. 지금은 자유롭게 만지고 걸터앉고….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주민 송미나(30)씨는 30분에서 1시간 가량 여유가 생길 때면 네살 아리와 함께 둔촌동 허브천문공원을 찾는다. '상쾌한 허브향과 탁 트인 전망, 아이가 운동 겸 뛰놀기에 적절한 공간'이 송씨 가족을 이끄는 공원의 매력이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힘들고 밖에 나가서도 앉아있기가 힘든데 집 가까이 허브천문공원이 있어 너무 좋다"며 "전용 주차장을 갖추고 인근 볼거리 즐길거리가 연계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브천문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조각작품을 몸으로 즐기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거리 여행이 어려워진 가운데 허브와 별 조각작품이 어우러진 강동구 허브천문공원이 조용한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당초에는 2만5500㎡ 정원에서 다양한 허브 향기 속에서 밤하늘의 별을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하늘과 땅을 잇는 해 달 별 바람 구름 등 천문(天文) 형상으로 공원을 조성했고 바람이 잘 통하는 땅에서 잘 자라는 식물인 허브 181종을 심었다. 일출과 일몰을 관찰할 수 있는 관천대와 별자리를 헤아릴 수 있는 조명, 지역 곳곳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눈길을 끈다. 구 관계자는 "강동에서 가장 높은 일자산에 위치해있어 전망이 빼어나다"며 "따가운 햇살이나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전망대에 지붕을 씌웠는데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천정 일부를 투명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허브 사이사이에 조각가의 작품을 더했다.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동시에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처럼 국내외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인다는 구상이었다. 작가선정심의위원회에서 차가운 돌로 사람의 향기와 여유를 표현하는 한진섭 작가 작품이 공원과 가장 잘 어우러질 것으로 판단했다.

강동구는 지난해 작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진섭 조각공원'을 준비해왔다. 지난달까지 11개 작품 총 25점이 방문객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공원을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소녀(세상이 다 보이네)부터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가족(행복하여라), 나들이에 나선 돼지 일가족(복덩이들의 소풍), 악한 기운을 막는 강아지(행복지킴이) 등이다.

모든 작품은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만지고 기댈 수 있다. '휴식'이나 '순둥이의 나들이'처럼 아예 관람객이 의자처럼 앉아서 하늘을 보거나 쉴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오토바이 번호판에, 아기 돼지 엉덩이에, 벤치 한켠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는 작가의 이름을 찾아보거나 작품 가운데 움직이는 부분을 확인하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성인들에게는 야외 전시장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놀이터 같은 공간인 셈이다.

일자산근린공원 내 다양한 체험공간도 공원과 어우러진다. 자연 정취를 느끼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강동그린웨이 가족캠핑장부터 아이들이 숲과 교감할 수 있도록 꾸민 종달새 유아숲체험원, 태풍 등에 쓰러진 나무를 놀이기구로 만들어 설치한 리사이클링 숲속 생태놀이터 등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 여럿이다.

강동구 주민들은 10년간 허브천문공원에서 한진섭 작가의 작품을 무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며 "코로나 시대, 제약이 따르는 실내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자연과 함께 문화예술을 즐기고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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