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유입에만 급급해

출근길 교통정체 심각

병·의원 부족 장기화

"주말 갈 곳 없어 방콕"

경북도청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출근길 교통정체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 조성된 경북도청 신도시 인구가 2만여명에 육박하면서 대구 등 대도시에서 겪었던 불편이 똑 같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A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부터 지하주차장, 진입로 등에 이르기까지 출근길 곳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걸어서 10여분이면 충분할 출근길이 차량을 이용하면 40~50분 이상 걸릴 때도 있다"고 하소연이다.

맞벌이 주부 공무원 B씨는 열악한 의료환경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도시는 커졌지만 필수적인 병·의원이 부족해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B씨는 "신도시에 소아과와 이비인후과가 각각 1개뿐이어서 환절기에는 대기자가 50명에서 80여명에 이를 정도"라며 "2016년 신도시 입주 때부터 건립된다는 종합병원은 언제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안동과 예천에 조성된 신도시가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지만 각종 기반시설 부족으로 입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신도시와 동떨어진 곳에 조성된 체육시설은 입주민들이 외면해 잡초로 뒤덮여 있다. 안동 최세호 기자


주말 여가생활을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불만도 있다. 아들 두 명을 키우는 C씨는 주말만 되면 고민이다. '이번 주엔 아이들과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놀아줘야 하나'라는 걱정이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C씨는 "신도시에는 아파트와 상가, 그리고 텅 빈 공터 뿐"이라며 "인구 10만명 자족명품도시라는 도청신도시 1단계가 마무리됐는데 젊은 부부와 아이를 위한 휴게공간과 놀이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조성된 안동·예천 신도시가 올해 말이면 입주를 시작한지 6년이 된다. 그러나 2만여명 이상이 거주하는 신도시는 '대규모 공동합숙소'를 방불케 한다. 기본적인 주택수요도 예측 못해 6년 만에 주택수급난이 빚어졌고, 턱없이 부족한 기반시설과 기형적인 신도시 구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조성이 완료된 1단계 신도시 면적은 4.3㎢이며 인구는 2015년 말 77명에서 지난 10월 말 현재 2만1168명으로 늘어났다. 2015년까지 계획된 1단계 신도시의 수용 가능인구 2만5500명에 육박한 상태다. 신도시 입주민 가운데 40대 이하가 80%를 차지한다. 평균 연령도 32세로 젊다. 아파트는 8618가구이고 오피스텔이 2027실, 단독주택은 920호에 이른다. 신도시 인구는 영양군 인구 1만6000여명보다 많고 군위군 인구 2만3000여명과도 맞먹는다.

신도시조성 시행사인 경북개발공사는 1단계 조성 후 개발 시기를 늦추며 속도조절에 들어가 공동주택 공급이 수년째 중단됐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계획된 2단계 공동주택 공급계획량은 2만8416가구에 이르지만 30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공급은 2022년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신도시에는 주택 공급부족이라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최소한 3~4년 이상 걸리는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신도시의 주택부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추가이전이 가속화됐고 경북도청에도 신규 직원이 대거 발령난데다 신도시 인근에 입주한 대기업 직원이 크게 늘어난 게 원인이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경북도의 신규채용 9급 공무원은 318명에 이른다. 여기에 백신위탁생산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의 직원도 최근 급증했다. 지난해 말 260여명이던 직원은 올해 410명으로 늘어났고 앞으로도 신규채용이나 파견직원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신도시 주택 전세와 월세는 급등했다. 20여만원이었던 원룸 월세는 40만원대로 올랐다. 공동주택도 부족해 주택수급난이 빚어지고 있다.

신도시 입주민들은 신도시 학교배치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청과 경찰청 등 관공서와 유치원, 초·중학교를 한 곳에 배치해 출퇴근길 교통체증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소한 초등학교는 아파트 밀집지역에 배치했어야 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협소하고 기형적인 차로는 교통체증은 물론 사고유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종합병원 유치는 하세월이다. 경북도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신도시 2단계 사업 구역에 메디컬콤플렉스(16만1745㎡)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5년 10월 안동병원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소아과와 이비인후과, 치과 등 12개 병·의원이 있지만 2만여명 이상의 신도시 인구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도청신도시에는 공원과 체육시설도 부실하다. 안동시와 예천군에 걸쳐 있는 신도시에는 근린·어린이·수변 등의 공원이 26개에 이르고 체육시설도 10종 21개가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주거지역에서 멀고 신도시 조성 후 자투리땅에 구색 맞추기 용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민들의 불만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개발공사와 협의해 1단계 신도시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 2단계 신도시는 젊은 세대인구의 요구를 반영해 입체적, 복합적, 창의적 공동주택 특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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