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시범사업만 8년째 … 선거조직화 '기우' 이미 법으로 금지

지방자치 제도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 양날개로 이뤄지는데 현행법에는 주민자치 조항이 모두 빠져 있습니다. 제대로 된 주민자치, 지속가능한 주민자치를 구현하려면 반드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송문식(사진)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주민자치 조항이 빠진 개정 지방자치법은 반쪽짜리"라며 "여야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법안을 졸속통과 시켰고 추가 논의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국회는 30년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 지방의회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특례시 기준이 바뀐 것도 주목을 끌었다. 경기 수원·고양·용인, 경남 창원 4개 도시가 특례시 명칭을 부여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십년만의 전면 개정에도 주민자치 영역에선 진전이 없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주민자치회 관련 내용이 모두 삭제됐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법제화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여야는 법개정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못했다"며 "야당이 반대하는 사안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주민자치회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현재 발의된 안으로는 주민자치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야당 내에서는 그간 주민자치회가 풀뿌리 좌파조직이 될 수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수십년간 행정체계의 근간이었던 통반장 조직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신해 문재인정부에서 새로 만들어진 주민자치회가 향후 관권선거의 기반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송문식 사무처장은 이같은 정치권 주장에 대해 "명백한 기우"라고 말했다. 송 처장은 "관련 법, 자치구 조례, 행안부 표준 조례안 어디를 보더라도 주민자치회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 들어있다"며 "주민자치위원 같은 경우 일체의 선거 운동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내용만으로 부족하면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추가로 법안에 넣으면 된다"면서 "주민자치는 정권이 바뀐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데 자꾸 이런 핑계를 대는 건 반대를 위한 반대 아니면 주민자치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자치회 운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간사가 인건비를 지급받는 문제나 주민자치회가 사업 수행을 위해 수탁받는 문제 등에서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행정적 제약이 따르게 된다. 주민자치회가 마을 발전을 위해 수익 사업을 하고 싶어도 독자적으로 할 방법이 없다. 마을의 공공자산(커뮤니티센터, 체육공원, 주차장 등)을 위탁관리하거나 소규모 집수리 등 사업을 추진하려해도 사업 주체가 될 수 없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원격 행정이 일반화되면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위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한 지자체 연구팀에서는 "감염병이 일상화되고 저성장이 장기화되면 행정 체계에 전면적 변화가 올 수 있다"며 "행정 수요는 늘어나고 비용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공무원 수는 줄이고 대신 그 공백을 주민자치회 등 자원봉사 조직이 채우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송 처장은 "전국 3492개 읍면동 중에서 이미 912개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돼 있고 서울도 425개 동 가운데 절반 가까이 전환된 상태"라며 "주민 자치 활성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법제화를 통해 혼선과 시행착오를 줄이고 지방자치 제도의 완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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