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높아지자 보수적 경향 커져 … 민간기업보다 공무원·공기업 취업 선호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안정지향적' 선택으로 쏠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보다는 저축에 더 무게를 두고, 취업할 때도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2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40세 미만 2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0%가 매달 저축을 한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27.4%는 월 소득의 50% 이상을 저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에서 테이크아웃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에 줄을 서있다. AP=연합뉴스


신문은 "설문에 응한 사람들의 87%가 1981년에서 2012년 사이에 태어난 MZ세대로, 이들은 중국의 주요 소비자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는 덜 사고 더 많이 저축하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기술뉴스 플랫폼 'Youth36Kr'이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7%는 재정 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답했으며 47.5%는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0% 정도는 갑자기 실직 상태가 되더라도 저축해놓은 돈으로 한 달간 버틸 수 있다고 답했으며 22.4%는 6개월, 18.1%는 6~12개월 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저축은 늘었지만 2분기 인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투자를 늘리고 싶다'는 응답은 전분기보다 3.7%p 줄어든 17.9%에 그쳤다.

이 신문과 인터뷰한 올해 금융학 석사를 졸업한 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준비 의식이 정말 높아졌다"면서 "실업이나 질병과 같은 비상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돈을 저축해야 하고 차와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얼어붙어 있는 취업시장에 올해 1076만명의 대학졸업자가 새로 진입하면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9.3%를 기록했다. 중국의 젊은 구직자 5명 중 거의 1명이 실업 상태라는 얘기다.

25일 블룸버그는 구직자의 기대치와 일자리 사이의 불일치가 심화되면서 젊은 사람들이 민간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고 더 낮은 임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용회사 51job Inc.에 따르면 지난해 졸업생 중 약 39%가 공기업을 취업 1순위로 꼽았다. 이는 2017년의 25%보다 14%p 증가한 것이며, 당시 28%는 첫번째 선택으로 공무원을 원했다.

지난 4월 채용플랫폼 즈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생들의 초봉 기대치는 지난해보다 6% 이상 하락한 6295위안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취업난에 대해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인터넷 회사에 대해 독점 행위를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고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며 부동산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조였으며 사교육을 줄인다는 방침 하에 교육관련 기업에도 철퇴를 가했다. 대졸자들을 대거 흡수했던 주요 고용시장들을 없애버린 셈이다.

베이징대학 노동경제학자 루펑은 국가 부문은 이미 약 800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올해 200만명이 순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전체 일자리 수요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고용할 민간기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올해 하반기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해도 청년실업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자들은 그 이유로 △도시화와 △교육 시스템과 고용주 요구 사이의 불일치를 꼽는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수억명의 노동자들은 노동시장 침체기에 고향으로 돌아가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현재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잃어도 귀향하지 않아 도시 실업률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중국의 연간 졸업생 수가 지난 20년 동안 10배 증가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빠른 속도다. 대학에 다니는 젊은 중국인의 비율은 선진국과 유사한 60% 수준에 이른다. 고등교육을 받은 중국 젊은이들은 더 이상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루펑은 "기본적인 매칭의 문제"라면서도 "중국에서는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25세 이하의 실업자 약 1500만명은 중국 노동력의 2~3%에 해당하며, 이러한 노동자 감소는 국내총생산 감소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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