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현행법으론 불가능한 '유가보조금 지급중단' 언급

공정위, 경제적 약자 최후보루 망각 "화물연대는 사업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1%대를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 당시보다 더 엄혹한 경제 한파가 몰아닥칠 것이란 전망이다.

업무개시명령 심의 국무회의 참석한 이상민·한기정ㅣ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와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특히 고금리와 고환율로 서민들은 물론, 빚이 있는 중산층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밤새워 경제위기 대응정책을 세워야 할 경제부처들은 다른 일로 바쁘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타협' 한마디에 경제부처들은 화물연대 고립작전 전위부대로 투입됐다. 윤 대통령의 '최애캐'(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막기 위해 예산안 처리마저 후순위가 됐다. 이른바 대통령 관심사항에 발맞추기 위해 경제부처들마저 '좌파들과의 전쟁' 최전선에 뛰어든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경제부처들의 충성경쟁이 도를 넘는 양상이다. 경제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기획재정부는 현행 법으로 불가능한 '유가보조금 지급중단' 카드를 꺼냈다. 소비자와 중소기업, 경제약자들의 방패가 되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돌격병으로 나섰다.

6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화물연대에 대한 압박이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다. 적어도 경제부처는 앞으로 닥쳐올 경제위기 상황을 대비하고 부작용을 줄일 정책을 연구하는데 전념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경제사령탑 기재부의 과잉반응 = 지난 4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진 합동 브리핑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차주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을 1년 제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도 1년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유가보조금을 끊기 위해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한 처분이란 뜻이다. 정부는 "국회와 논의해 법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는 여소야대다.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 개정이 불가능하다.

법 개정을 하더라도 적어도 수개월은 걸릴테니, 현재 화물연대 운송거부에 적용하려면 소급입법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화물연대에 대한 정부대응이 지나치다며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사실상 법개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협용 카드'로 사용한 셈이다. 김영배 의원(민주·서울 성북을)은 "경제위기 대응에 전념해야할 경제부처가 화물연대 싸움에 무리수까지 쓰는 것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국민들이 위기극복을 위해 똘똘 뭉쳐야 경제위기 대응정책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를 앞두고 정부가 여기저기 싸움만 일으키면, 경제위기 대응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화물차주=사업주? 법적 지위 불분명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해 화물연대에 대한 담합 조사를 선언한 것도 뒷말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헌법이 규정한 경제민주화를 담당하는 부처다. 그런 점에서 경제약자의 최후보루 역할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공정위는 경제검찰이면서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의 1심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공정거래위원장은 '독과점 범죄에 대한 1심 법원장'을 겸하고 있다. 전직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어찌 보면 심판이 경기장에 나서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거들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화물차주는 사업주"라고 선언한 점도 섣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차주의 근로자성 여부는 아직 대법원 최종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는 불과 1년 전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의 지위에 대해 "특수형태근로자(특고)라는 점을 고려해 일률적으로 사업자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4월 공정위는 특고의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에 대한 질의에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특고에 대해 일률적으로 근로자 또는 사업자라고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는 유권해석을 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사업자 지위를 지닌 특고가 사업자단체를 조직해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다면 공정거래법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자인지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특고가 사업자 지위를 갖는지 여부에 따라 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 위반으로 조사나 처벌 가능 여부가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도 사업자로 인정한 것과 그렇지 않은 판결이 동시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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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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