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투자은행 "내년 한국경제, 1% 성장률도 위태"

화물연대 고립시키려 정부부처 이례적 '돌격 앞으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서 한국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복합위기 속에 성장 버팀목인 수출은 물론 민간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생산·투자·고용 모두 악화할 것이란 암울한 소식이다. 'L자형 침체(경기 침체 후 불황 지속)'까지 거론되며 우리 경제에 매서운 한파가 불어 닥칠 모양이다.

하지만 정부는 말로만 '위기 대응'이다. 오히려 야당과 화물연대 등과의 '타협 없는 싸움'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국회에서는 이상민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대립하며 예산안 처리를 후순위로 미뤄둔 모습이다.

위기대응 정책수립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경제부처마저 화물연대 고립작전 전위부대로 투입됐다. 경제 컨트롤타워 기획재정부는 현행 법률로는 불가능한 '유가보조금 지급중단' 카드를 들고 나와 논란이다. 경제적 약자의 최후보루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위원장이 이례적 주말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화물연대의 담합 조사에 나섰다. 화물차주의 근로자성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불분명한 가운데 공정위는 "화물차주는 사업자"라고 선언했다. 최근까지 공정위는 "일률적으로 화물차주를 근로자 또는 사업자라고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6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내년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예고돼 있고 한국 경제도 엄혹한 시련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여기에 대응하기에도 벅찰 경제부처들이 화물연대나 야당과의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실제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4%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성장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1.7%로 전망해 종전 예상치(2.1%) 대비 0.4%p 하향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2%대로 여겨지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아예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 등 9개 주요 IB가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2.0%), 아시아개발은행(ADB·2.3%) 등 2%대 초반 성장률을 예상한 기관들도 전망치를 추가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달 중하순에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1%대 후반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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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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