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2개에서 2020년 504개

'유한회사도 외부감사 대상' 법개정

기업들, 유한책임회사로 조직 변경

유한책임회사로 외부감사 확대 필요

외부감사 대상 기업에 유한회사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외부감사법(신외감법)이 전면 개정돼 2018년 시행됐지만 유한회사들이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하면서 외부감사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들이 주로 이 같은 조직변경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하반기 보테가베네타코리아와 발레시아가코리아, 케어링와치앤주얼리코리아(전 부쉐론코리아) 등도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법인 형태를 변경했다.

5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하는 '회계·세무와 감사연구' 최신호(2022년 12월말)에 실린 논문 '정책적 관점에서 살펴본 신외감법의 도입과 유한책임회사'에 따르면 유한책임회사가 도입된 2012년 32개 회사가 설립등기를 신청했으며, 2015년 154개에서 2016년 346개로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445개, 504개로 크게 늘었다. 2020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논문을 작성한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이용석 한남대 회계학과 교수, 장석진 대진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한책임회사가 증가한 이유는 신외감법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2016년도부터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며 "유한책임회사 규정이 2012년도에 도입됐음을 고려하더라도 유한회사·주식회사와 비교하면 매우 급격히 증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신외감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이거나 부채총액이 70억원 이상,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종업원 100명 이상 또는 사원이 50명 이상이라는 기준 중 3개 이상을 충족하는 유한회사는 외부회계 감사대상이 된다.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유한회사의 보다 신뢰성 있는 회계정보 생산을 유도함으로써 이해관계자(거래처 채권자 소비자 등)에 대한 보호 강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한회사로 설립 또는 전환된 글로벌 기업 등도 주식회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재무정보를 공시하게 해 공정한 경쟁 환경 구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했고 구찌코리아, 잡코리아, 록시땅코리아,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등도 유한책임회사로 법인 형태를 바꿨다.

유한회사와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사채를 발행할 수 없어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또한 유한회사와 유한책임회사는 추가적인 출자를 위한 정관변경 요건이 상대적으로 주식회사보다 까다롭고, 특히 유한책임회사는 모든 사원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법인 형태 변경을 통해 신외감법 적용에서 벗어나고 재무제표를 공시해야할 의무도 지지 않게 됐다.

현행 상법은 유한회사에서 바로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전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조직을 변경한 이후 다시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해야 한다.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한 회사들이 모두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 후 유한책임회사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정 교수 등은 "유한회사가 상법상 조직변경 제도를 통해 조직을 최종적으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한다면 외부감사대상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며 "즉 외부감사를 회피하려는 일부 기업이 조직변경을 활용해 이러한 입법 미비를 악용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 미비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는 우선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를 제안했다.

금융감독원이 조직변경 등을 통해 외부감사대상에서 제외된 기업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고 관리하는 내용이다. 기업이 조직변경 사유로 감사계약을 해지할 경우 외부감사인이 그 사유를 금감원에 보고하는 제도적인 장치 또는 의무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선안은 신외감법에 외부감사 대상을 유한회사 뿐만 아니라 유한책임회사까지 확대하거나, 신외감법에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별도 항목을 신설해 외부감사와 공시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소규모 기업은 제외하는 방안이다.

정 교수 등은 "외국계 기업들이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해 외부감사를 회피한다면 감독기관이 해당 기업을 관리할 방법이 없어진다"며 "국내의 회계투명성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외국계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대규모 배당을 통해 국외로 반출하더라도 이를 파악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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