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 성장과 수명에 영향

지구온난화가 유기체의 성장속도는 물론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환경요인이 유전자 발현을 변경하고 미래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종이 미래 온도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려면 적응 반응을 생성하는 유전적, 표현형 및 환경적 변이 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3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의 논문 ‘성장률 –수명 균형의 실험적 입증’에 따르면, 물고기와 같은 외온동물의 성장률은 온도에 따라 달라졌다. 온도 상승과 같은 환경스트레스를 받은 물고기일수록 성장이 빨랐다.

이는 장기적으로 수명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늦게 큰 개체가 이후 더 짧은 성장 기간을 보상하기 위해 온도가 정상적으로 변한 뒤 빠르게 자라면서(보상 성장) 평균 수명이 14.5% 감소했다. 반면 천천히 성장한 경우 평균 수명은 30.6% 연장됐다. 이러한 경향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새나 다른 포유류들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온도 상승은 유기체 무게에도 영향을 미쳤다.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의 논문 ‘전세계 해양 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류가 줄어들수록 악화된다’에 따르면, 상승하는 해양 온도로 2050년 평균 물고기 무게가 14~24% 감소할 수 있는 걸로 나타났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양 내 산소 수준과 자원 가용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물고기 크기에도 연쇄적으로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본디 생명체들은 제 기능을 하며 살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유전자들을 적절히 선별해 발현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이 유전자를 선별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때론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전통적 유전학의 정설과 달리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절이나 위도에 따른 기온 변화에 맞춰 종들이 생활사를 적응시키는 경향도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이러한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의 장기적인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연구가 투입되겠지만, 인간이 이러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자연의 복잡성을 수많은 가정들과 단순화된 방법론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사실 불가능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물다양성재단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 석좌교수는 각종 전염병이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해결 방법으로 ‘생태백신’을 강조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연계에의 나쁜 바이러스들이 인간계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백신을 치자는 것이다. 자연이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생태계 보호에 앞장선다면 전염병 걱정도 덜고, 결국 인류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의외로 해법은 간단할 수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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