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기업과 평가’ 강조

생물자원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하고 통합적 자료 수집 필요해

뜨거워진 지구만큼이나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전혀 관계가 없는 영역이라 생각되던 경제 분야에서도 금융 투자 시 생물다양성을 고려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미 자연자본 공시 제도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진지 오래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소리다.

이번 환경면에서는 뉴노멀로 떠오른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았다. 온난화는 산사태 등 각종 재난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유기체 유전자에도 변형을 일으켜 미래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급한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금융과 기업이 나서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는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S1)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S2)에 이어 새로운 공시 기준 S3를 만들기 위해 향후 2년간 자연자본(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생태계서비스)과 인적자본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다. 재무정보 공시를 단순히 좁은 의미의 회계나 화폐 숫자로만 여기면 안 된다. 재무 중대성과 임팩트 중대성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9일 백태영 국제지속가능성위원회(ISSB) 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재무 중대성이 환경이나 사회 문제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사안들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면, 임팩트 중대성은 기업 경영활동이 경제·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임팩트 중대성이 좀 더 큰 의미의 영역을 다룬다고 보면 된다.

최근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이들 개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이중 중대성’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중 중대성은 기업 재무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의 지속가능성 관련 환경·사회적 요인과 더불어 기업의 경영활동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 등 내부적 관점과 외부적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ISSB는 국제표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국제재무보고기준(IFRS)재단이 2021년 11월 설립했다. 투자자가 기업가치 판단 시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기업이 공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금융 투자 시 생물다양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사진은 아랍에미리트 우주 비행사 술탄 알네아디가 국제 우주 정거장이 중동 국가 상공을 공전하는 2023년 7월 18일에 이라크 바그다드와 티그리스 강의 도시 불빛을 담은 장면. 인간의 개발로 인해 자연환경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기업 50%, 2030년 자연자본 정보 공시 = 최근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환경보호 영역을 벗어나 경제적인 가치까지 함께 고려해서 접근하는 분위기다.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전통적 경제 통계를 자연자본계정(Natural Capital Account)으로 보완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자연자본계정은 자연자산의 재고나 변화를 측정해 생태계서비스 흐름·가치를 표준 방식으로 회계 및 보고 시스템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 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자연자본 공시 제도화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자연자본 공시는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도 등을 평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COP15에서 채택된 전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목표 15에서는 ‘기업은 생물 다양성 관련 위험과 부정적인 영향을 평가하고 감소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목표가 지켜졌는지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 지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유엔(UN) 산하 TNFD에서는 자연자본 공시 관련 지침서를 공표한 바 있다.

10일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공시는 금융당국에서 결정을 하지만 자연자본 특히 환경에 관련한 평가 체계 등은 환경 영역에서 만들 수밖에 없다”며 “GBF에서 특히 강조된 사항 중 하나가 기업과 평가 부분이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 추세에 뒤떨어져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GBF에 맞춰 범부처 최상위 전략인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하면서 자연자본 정보 공시기업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기업 중 자연자본 정보 공시 기업 비율을 2027년 30%에서 2030년 5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 녹색기업 지정기준 내 생물다양성 증진 분야 가점도 마련한다.

10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환경한림원 환경리더스포럼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생물다양성을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할 때 필요한 점 등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사진 김아영 기자

◆실제 집행하는 절대적 의지 전환 시급 = 김미현 SK증권 환경·사회·투명경영 추진실장(이사)은 10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환경한림원 환경리더스포럼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의 문법으로 정리한 게 환경·사회·투명경영”이라며 “이미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구체적인 환경·사회·투명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므로 이 전략에 생물다양성 보존 이슈를 적절히 포함시키는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 겨우 탄소회계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금융기관들은 금융포트폴리오 내 탄소감축으로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에 더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금융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유력한 또는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보증을 제공하는 식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는 기본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물다양성의 안정적인 지속은 기업과 금융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성장을 촉진해 줄 수 있다”며 “생물자원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고 통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정기적인 평가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요환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정책 입안자나 실행자 등 다양한 이들이 생물다양성 중요성을 얘기하고 긍정적이지만 막상 관련 사업을 만들고 시행을 할 때 비중 있게 다뤄지는 지는 의문”이라며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절대적 의지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 설명

중대성이란? 전통적으로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를 중심으로 한 외부지향적 관점에서 출발함. GRI는 기업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중대성을 판단한다. 2012년 내부지향적 관점이 대두된 뒤 기업이 외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외부 환경이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는 이중 중대성 개념이 등장했다. 이중 중대성 평가 시 지표 표준화를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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