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배우 변유석 경호업체 고소 … 이학재 사장 “처벌 강화 방안 추진”

인권위·경찰도 별도 조사 착수 … 동자아트홀 ‘과잉 경호 금지’ 경고문 화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배우 변우석씨 ‘과잉경호’ 논란을 일으킨 사설 경호업체를 고소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천공항 경비대의 관련 조치들이 적절했나를 조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사 소속 경비대는 25일 변씨 경호를 맡았던 사설 업체에 대해 공항운영 방해죄와 강요죄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인천공항경찰단에 접수했다.

이는 경호원들이 승객이 이용하는 공항 게이트를 임의적으로 통제하고 승객에게 항공권 확인을 받는 등의 공항 운영에 피해를 입힌데 따른 것이다.

앞서 변씨는 지난 12일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 팬 미팅 투어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변씨의 사설 경호원들이 공항 게이트를 통제했다.

특히 사설 경호원들은 항공사 라운지에서 사진을 찍는 팬들에게 강력한 빛의 손전등을 비추는가 하면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항공권까지 검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객으로 붐비는 인천공항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로 떠나려는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국회 상임위서도 논란 = 이 문제는 국회에서까지 논란이 됐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불법 행위가 맞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이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설 경호업체가 공항 내에서 하는 행동 규칙을 경찰과 협의해서 만들고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25일 ‘과잉경호’ 논란과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다.

인권위는 인천국제공항 경비대가 변씨의 경호를 맡았던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의 공항 게이트 통제 등 행위에 관여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인권위는 지난 14일 “변씨 과잉 경호는 인권침해”라는 취지의 진정을 접수했다.

당초 진정인은 사설 경비업체를 대상으로 진정을 제기했으나 이튿날 피진정인을 인천공항 경비대로 변경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사인으로부터의 인권침해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천공항 경비대는 기타공공기관으로 형식상 조사 대상이 된다”며 “당시 경비대가 사설 경비업체 행위를 사전에 승인 또는 협의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도 자체적으로 내사 중 = 공사 고소와 인권위 조사와 별개로 인천공항경찰단은 해당 업체 소속 경호원들을 내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인천공항경찰단은 24일 사설 경호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지난 12일 인천공항에서 변씨를 과잉 경호한 사설 경비업체 소속으로 당시 현장 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당시 변씨 주변에 배치된 사설 경호원은 모두 6명이었으며 경찰은 이들 가운데 3명을 입건 전 조사(내사) 대상자로 분류했다.

A씨는 내사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그가 당시 전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먼저 조사했다.

경찰은 내사자 3명과 사설 경비업체 대표도 조만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이들에게 폭행을 비롯해 강요나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과잉경호 논란 해마다 반복 = 연예인들의 과잉경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이돌 그룹 ‘크래비티’ 팬으로 추정되는 B씨가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달(6월) 23일 크래비티 김포공항 입국 당시 경호원에게 머리를 구타당했다”며 “이후에도 경호원이 수차례 폭력을 가해 자리를 피했으나, 경호원은 저를 쫓아오며 ‘더 해봐’라는 식으로 조롱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크래비티 소속사는 입장문을 내고 “경호원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피해를 보신 분들 및 팬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아이돌 그룹 NCT드림 경호원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30대 여성 팬을 밀쳐 다치게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여성 팬은 벽에 부딪혀 전치 5주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엔 그룹 보이넥스트도어 경호원이 칭다오 공항에서 촬영 중인 여성 팬을 강하게 밀어 넘어뜨려 소속사측에서 사과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그룹 앤팀의 사인회 현장에서 보안 요원이 팬을 상대로 신체 접촉이 포함된 과도한 보안 검사를 했다는 논란이 일어 주최측이 사과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연예인 팬 사인회 등이 자주 열리는 서울 동자아트홀이 최근 ‘과잉 경호 금지’라는 제목의 경고문을 붙여 화제가 되고 있다.

동자아트홀측은 “경호는 권력이 아니고 경찰도 아니며 ‘완장을 찬 통제자’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호는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의뢰인(연예인, 가수, 방송인 등)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관객 내지 문화 소비자를 잠재적 가해 인물로 인식하고 경계해서 노골적으로 통제, 제지, 제압, 억압, 압박, 위협, 지시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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