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내부가 시끄럽다. 이달 초 검찰에서 파견 온 국장급 검사의 역할과 관련해서다. 특수부 출신 모 검사는 현재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역할은 법률자문 등으로 돼 있는데, 옵티머스-라임 등 사모펀드 TF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옵티머스 펀드 사태 재수사에 착수했고 라임펀드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 역시 별도의 조사팀을 꾸렸다. 법조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문재인정부 당시 의혹에 연루됐던 인사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감원 업무보고에서 검사 파견 문제가 거론됐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금감원에 파견온 검찰 직원에 대해 물었고, 이 원장은 "법률자문관 1명과 불법사금융 관련 수사관 1명, 최근에 특사경과 자본시장조사 관련 검사 1명을 파견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파견'이 바로 논란의 검사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법원의 영장없이 계좌추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검찰이 검사를 금감원에 파견해서 자기들이 알고자하는 금융거래에 대해 영장없이 들여다보려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많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라서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자본시장 교란행위 근절 등 여러가지 시장질서 확립과 관련해 부족한 부분이 있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파견 검사가 자산운용검사국에 배치돼 있는데, 이 원장이 특사경이나 자본시장조사를 언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의도적으로 파견 검사의 역할을 알리지 않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의 계좌추적은 국장 전결 사안이고 파견 검사는 국장급 위치에 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자본시장 교란사범에 대한 다른 강제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초동조사를 위해 금감원에 계좌추적권을 준 것인데, 자칫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후폭풍이 우려된다"며 "나중에 계좌추적권을 문제삼아 없앤다면 금감원의 자본시장조사가 무력화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권의 도구로 휘둘렸다가 문제가 돼서 조직에 부메랑처럼 돌아온 사례는 무수히 많다.

사모펀드 비리의 불법성을 뿌리 뽑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금감원에 주어진 법적권한이라고 해도 특정 인사들을 겨냥한 무분별한 조사는 경계해야 한다. 무리한 조사·수사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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