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 개별 성적표가 나오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잘했던 내 아이의 고등학교 점수에 부모님들이 충격을 받곤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험이 다르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 도대체 왜 그럴까?

중학교 ‘A'등급(90점 이상)의 현실
중학교 시험은 절대평가로 25%~70% 정도의 학생들이 ‘A'(90점 이상)를 받게 된다.(표 참고) 하지만 고등학교의 시험은 상대평가이다. 개인의 점수에 따라 A, B, C, D, E 로 구분되던 절대평가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1등급~9등급으로 분류되며, 점수가 아닌 등급으로 계산된다. 중학교에서 90점 이상(A등급)을 받은 ‘우수한’ 학생이 30%라고 해도 고등학교의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꾸면 1등급~4등급에 해당한다.


          중학교 내신 등급별 비율    (출처 : 학교알리미 2020년)

                                                        (단위:%) 학교명: 가나다순


고등학교 내신 등급별 비율



중학교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영어 시험에서 ‘폭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학교 학부모님들이 시험 점수에 일희일비 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좋은 점수를 받으면 학생의 자존감이 오르고 주변 사람 모두가 기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와 중학교의 평가 방식은 아주 다르다. 중학교 시험은 범위가 적어서 교과서와 프린트를 외우고 단원별로 나오는 4~6가지 정도의 문법을 익히면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시험 범위는 중학교의 거의 8배~20배에 달한다. 이 많은 범위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단순히 외워서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는 학교는 거의 없다. 게다가 등급을 가리기 위한 고난도의 문제들에서 높은 수준의 어휘 문제와 2~3개 정도 되는 어법 문제는 정해진 범위도 없으며 대부분의 지문을 변형하기 때문에 단순한 암기로는 절대로 풀 수 없다. 또한 30~35%에 달하는 서술형 문제는 문법과 문장구조가 약한 학생들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학교 공부를 어떻게 해야 고등 상위권으로 갈 수 있을까?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생의 성실한 태도와 의지가 첫 번째 조건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고등 시험은 ‘운’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구조이다. 중학교 때처럼 ‘벼락치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내신 성적에 비해 모의고사 점수가 좋지 않은 학생들이 있었지만, 지금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수능’ 형태로 출제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공부해야 상위권으로 갈 수 있을까? 첫째 어휘수를 늘려야 한다. 중학교 시험에 나오는 단어의 수와 고등학교 단어의 수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둘째 문법이 정확히 잡혀있어야 한다. 문법 용어는 아는데, 문장이 어떤 문법으로 구성되었는지는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문법이 정확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석이 될 수 없고 쓰기도 제대로 될 수 없다. 셋째 문장 구조가 탄탄해야 한다. 중학교의 짧은 문장들은 한 눈에 무슨 의미인지가 들어온다. 하지만 한 문장이 4~7줄에 해당하는 고등 지문은 주어와 동사를 찾고 서술어들을 묶어내고 끊어내는 훈련이 되지 않으면 문장이 엉켜서 엉뚱한 해석을 하게 된다. 또한 ‘대충’하는데 익숙한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어설픈 해석을 하는 경향이 아주 많다. 제대로 된 정확한 연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SKY는 1등급, ‘인서울’을 하려면 2등급(30명 기준 3등 이내)에 들어야하며, 수도권의 학교는 3등급 이내에 들어야 진학할 수 있다. 대학이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모두가 원하는 대학은 여전히 소수의 학생들만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학교에서 만점을 받았던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4~5등급을 받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다. 반면에 중학교에서 ‘B’(80~89점)를 받은 학생들 중에 고등학교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 기본을 충실히 공부해온 학생들이다. - 중학교 시기는 점수에 연연하기 보다는 실력을 쌓아야 하는 시기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습량이 떨어진 학생들도 있지만, 여전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사춘기로 방황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 고등 영어 상위권은 중학교에서 이미 만들어진다. 부모님의 관심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다.

 
일산 후곡 델라영어학원 김효선 원장

내일신문 기자 tec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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