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폭격 배후에 '일본 자국영토화' 교묘한 계략 … 학생들 "왜 정부는 70년 동안 독도 폭격에 침묵했죠?"

독도의 깊은 바다는 70년 전의 사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전인 1948년 6월 8일 미 공군의 독도 폭격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변화를 예고한 최대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미 공군과 합동조사단은 진상조사를 통해 오키나와 섬에서 발진한 B-29 편대가 독도에 폭격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조업 중이던 수많은 어민이 기관총 사격 표적이 됐고,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미군측은 아직까지 기관총 사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시 언론은 독도 폭격사건을 보도했지만, 대부분 목격자나 사고를 당한 유가족의 증언보다 정부와 미군측 발표를 중심으로 지면을 채웠다.
아직도 의문점으로 남아있는 독도 폭격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경중 회장은 1988년에 결성된 푸른독도가꾸기 활동을 이끌고 있다. 독도 관련 단체 중 가장 오래된 단체로, 회원들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미 공군의 독도 폭격사건 배후에는 일본의 교묘한 술책이 숨어있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굳히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미군과 손을 잡은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전경중 '(사)푸른울릉독도가꾸기' 회장은 "독도 폭격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야 현재 일본의 억지주장과 역사왜곡을 중단시킬 수 있다"며 "독도 폭격 전후 상황을 교과서를 통해 사실 중심으로 가르쳐야 일본 역사왜곡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회장은 1988년에 결성된 푸른독도가꾸기 활동을 이끌고 있다. 독도 관련 단체 중 가장 오래된 단체로, 회원들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회원들은 독도에 나무를 심고 바닷속 쓰레기를 건져 올렸다.



그러다 당시 폭격 흔적들을 확인했고, 대형 포탄의 잔해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전 회장은 최근까지 보관 중인 대형 포탄의 탄피와 불발탄에 대해 설명했다. 폭격 당시 어민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들이다.

최근 불발탄은 위험성 때문에 군부대에, 대형 탄피는 독도박물관에 넘겨줬다. 전 회장은 동도와 서도 주변 바다 지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현재 남아있을 어선의 잔해와 탄피 등 당시 폭격의 흔적들이 있을 만한 곳을 짚어나갔다.

◆기관총 사격 없다던 미군측 조사내용 뒤집어 = 전 회장은 당시 울릉도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와 가족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폭격 상황을 설명했다.

독도 폭격 때 생존자들의 증언도 당시 언론에 실렸다며 공개했다. 독도 폭격이 본격 시도된 1948년 이전인 1947년 4월에도 독도에서 유사한 폭격이 있었다는 공무원의 증언도 전했다. 이는 해방 후 미군정 시기에서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어떻게 재단하고 설계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전 회장의 이야기대로라면 전쟁 전 민간인에 대한 폭격과 사격은 노근리사건처럼 '양민학살'에 해당된다.

전 회장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독도로 미역 채취와 고기잡이를 나갔던 울릉도 주민들은 1948년 6월 8일 점심때 쯤 '쾅' 하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고 정신을 잃었다. 물속으로 떨어진 어민들은 '정신을 차려보니 다리에 큰 상처를 입었고, 폭격기들은 계속 독도 상공을 낮게 비행하며 폭격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폭격이 진행되던 날(6월 8일) 날씨는 좋았고, 강원도 강릉 삼척 울진 울릉도 등에서 온 어선이 30여척 이상이었고 어민들도 50여명이 넘은 것으로 전해들었다. 이중 어선은 서너척만 남고 모두 침몰됐다. 어민 절반 이상이 죽거나 중상을 당했다."

'6월 8일 기관총 사격은 없었다'는 미군 진상조사와 달리 어민들은 기관총 사격이 있었다고 언론에 진술했다. 1948년 6월 12일자와 13일자 경향신문 지면에 강원도 묵호에서 고기잡이를 왔던 이완식 선장의 목격담이 실렸다.


신문은 "비행기가 1000미터 상공에 떠 있다가 차츰 저공으로 내려와 폭탄을 투하했다. 독도에서 조업하던 어민 5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고 중경상을 입었다. 비행기가 독도 주변(작은 바위)에서 미역을 따고 있는 어선에 돌멩이 같은 폭탄을 뿌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갑자기 소나기가 오는 듯한 기관총 소리가 들렸고, 당시 김중순(19)이 등에 기관총탄을 여러발 맞고 즉사했다"며 "당시 독도에서 고기를 잡거나 미역을 채취하던 어선들은 배에 태극기를 꽂고 있었고,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면서 폭격할 때도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기관총 사격은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어민들은 비행기가 저공으로 날면서 폭격을 할 때 비행기 날개에 푸른 바탕에 흰 원과 별이 그려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오키나와에서 발진한 미 공군 소속 B-29였다. 전 회장은 "당시 세계에서 대형 포탄을 싣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비행기는 B-29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역사기록을 보면 1947년 4월 일본 어부가 독도에 불법 상륙해 독도가 자신의 어구라며 한국 어부에게 총격을 가했고, 1947년 6월 일본 외무성은 '독도는 일본령'이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연합국에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1952년 5월 23일 제13회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야마모토 도시나가 위원은 "이번 일본 주둔군 연습지 설정에서 다케시마 주변이 연습지로 지정되면 이를 일본의 영토로 확인받기 쉽다는 발상에서 외무성이 연습지 지정을 오히려 바란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이시하라 간이치로 외무성 정무차관은 "대체로 그런 발상에서 다양하게 추진한다"고 답변했다.

◆학교에서 왜 '독도 폭격' 가르치지 않나 = 한국정부는 해방 이후 '독도 교과서'를 만들지도 않았고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았다. 초중고 교과서를 통해 역사적으로 한국땅이었고,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70여년 되풀이해왔다.

독도체험학습을 다녀온 학생과 강사들은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말이 우리 후대에서도 지속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동안 독도에 대한 교육과정이 허술했음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독도 교육은 초중고 사회과 교과서에 '한줄 끼워넣기' 식으로 구성됐다. 내용도 시도교육청마다 제각각이다.

초등 5~6학년은 사회교과 정치문화 영역에서 '역사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과 독도'라고만 기술했다. 교사들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학교 과정은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민족운동, 대한민국 정부수립 분야에 '독도'라는 단어 하나만 끼워넣었다.

고등학교에서는 '동아시아사 체계표'에 독도를 넣었다. '한반도 미래와 통일'이라는 성취기준 항목에서 독도를 다룬다.

"독도를 지키려는 조상들의 노력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 독도의 위치 등 지리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영토주권의식을 기른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배우는 학생들도, 가르치는 교사들도 애매모호하다는 반응이다. 독도체험에 다녀온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독도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어 독도의 동식물과 근현대사, 수중생태계를 자세히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전 회장은 "삼국시대나 조선시대 역사를 통해 독도가 우리 영토였음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들을 위해 독도의 가치와 활용, 해양의 변화 과정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방 전후 근현대사의 아픔과 진실을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도쿄올림픽 일본지도 독도 영토 표기 등 국제적 관심사항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도는 지금 외래종 식물이 많이 번져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제거하고 독도 자생식물을 심고 가꿔야 한다"며 "푸른독도가꾸기 등 독도 단체에서 여러 차례 정부(문화재청)에 건의했으나, 독도가 천연기념물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독도체험학습에 도움주신 분들] 민간단체 중심으로 '독도체험학습' 지원



내일신문과 울릉군,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가 주최한 '독도체험학습 - 우리가 만드는 독도 교과서' 행사가 5일부터 8일까지 울릉도 독도 일원에서 열렸다.

전국 마이스터고와 특목고 등 3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 대상 독도체험학습이었다.



해양대 실습선을 타고 독도까지 가는 동안 학생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했다. 동도와 서도는 어떻게 탄생했고, 독도 해저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각 분야 전문가 특강을 들었다.

독도체험학습은 부산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가 주최하고 울릉군, 경기도수중핀수영협회가 주관했다. 한국교과서협회 기능한국인회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바이오스마트(코로나19 나이팅게일센터) 고산재단 디앤액트(르까프) 대구은행 내일신문이 후원했다.

["청소년 독도체험학습" 연재기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