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한국폴리텍2대학 학장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산업전환의 필요성과 정의로운 노동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다.

정부는 2020년 7월 그린뉴딜,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등을 통해 저탄소 발전전략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기본입장을 밝혔다. 이후 사회적 논의를 위해 2021년 6월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하고 2050 탄소중립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기후위기를 방지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산업 대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문제는 급격한 산업전환이 노동자와 일자리에 심각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고 노동전환의 방향과 내용에 따라 그 피해 정도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석탄화력발전과 제철, 자동차산업과 같은 고탄소 배출산업의 경우 일방적인 산업전환이 이뤄지게 되면 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노동전환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정의롭게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산업전환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높은 기업, 지역 및 노동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신산업분야 사업전환, 재직자 역량강화 및 전직·재취업을 위한 노동전환, 피해지역 신성장동력 육성 및 고용위기 대응지원 세 부분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노동전환이다. 노동전환 지원방안은 산업전환에 따라 요구되는 직무재편, 노동이동, 고용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환훈련, 전직 및 재취업 교육 등 직업재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동전환 지원방안은 기존 직업교육훈련제도의 일부 사업을 짜깁기하거나 변형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산업 대전환기 노사정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노동시장의 이행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키는 노동전환 정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특히 직무전환의 경우 사양사업과 소멸직종에 종사하는 재직자의 고용유지를 목적으로 직무이동 및 배치전환 교육훈련을 통해 신산업 분야로 이동시킨다는 것인데, 지금의 구조와 체계를 그대로 두고 지원수준만 조금 더 늘리는 방식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유급직업훈련휴가, 공동훈련센터, 전문대학 위탁교육, 고용안정협약 등 관련 정책수단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1970~1980년대 독일의 숙련교육센터나 고용지원센터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당시 독일은 제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직 및 이직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직업능력진단, 직무전환교육, 배치전환 및 구직활동 지원 등 개별기업 차원에서 일자리코칭 서비스를 제공했다.

두번째, 정부는 고용조정이 이뤄져야 할 경우 이직 예정자가 재직 중 미리 전직을 준비할 수 있게 하거나 전직훈련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동전환 지원금, 저금리 생계비 대부, 채용보조금, 창업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퇴직자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이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 및 업종 차원에서 종합적인 일자리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용지원컨소시엄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산업인력공단 노사발전재단 한국폴리텍 고용복지센터 등이 각 산업단지 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동전환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산업대전환기 제대로 된 노동전환을 위해서는 해당기업과 노동자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고용지원 컨설팅을 수행하고 직업교육 훈련정책 또한 패키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의로운 노동전환에 있어 노사정의 참여와 책임은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공정한 노동전환"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