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교에서 변화바람, 공감대 형성이 과제 … 6월 지방선거, 새 교육감 실행력이 열쇠

한국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그중 교육의 변화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요소로 꼽는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 변화의 방향성은 올바르게 설정했는가에 따라 대한민국 미래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문재인정부 교육부는 그 대안으로 '그린스마트미래학교'를 설계했다. 차등과 불평등을 넘어 과거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창의성을 정책의 중심에 심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과거 산업사회 낡은 틀에 갇힌 일부 학부모와 한국사회 문화, 학력만 강조하는 기득권 교육을 깨고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학교현장에서는 봄바람을 타고 미래교육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발 앞서 미래형교육과정을 실행하고 있는 현장과 교사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교육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사회갈등과 고립, 열등한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

지난해 그린스마트미래학교2.0 사업에 참여한 한 중학교 교장의 말이다. 그는 "공간혁신에 대한 만족도는 100%에 가깝다"며 "수업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놀라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학교는 교육부가 40년 이상된 학교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전국 노후된 학교 2800여개에 18조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미래학교, 미래의 삶을 교육하다 = 개선된 미래학교 설계도는 △공간혁신 △스마트 교실(AI) △그린학교 △학교 복합화로 나뉜다. 비전은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미래학교'다. 공간혁신은 일제 강점기에 설계된 사각형 교실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OECD가 2013년 조사한 한국 성인의 '실질문맹률'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한국인의 독해력은 20대 초반에 정점을 찍다가 연령이 많아질수록 급격히 떨어진다. 듣기능력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발표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교육부는 수업공간이 토론장으로 바뀌면 교수학습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변할 것으로 기대한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정치를 가르치는 독일은 스스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교육과정으로 녹여낸다.

다음으로 AI(인공지능) 교육과정이다. 초등학교 AI 교육은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컴퓨팅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력이나 수학적 사고로 규정하기도 한다.

미래학교를 시작한 현장 교사들은 "논리적 사고와 경우의 수를 생각해내는 상상력, 예외를 처리하는 창의성을 기르는 게 AI 교육"이라고 말한다. AI 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교육과정은 '협업'이다. 프로그래밍 작업의 90% 이상이 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타인 주장이나 설명을 잘 듣는 것과 논리적으로 말하기가 AI 교육의 필수다. 그린학교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교육부와 현장교사들은 '기후위기' 대응방안을 그린학교에서 찾는다. 그린학교는 학생들이 세계 기후위기에 함께 적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에 녹여내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복합화다. 이는 지역사회 거점으로 학교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역 맞춤형으로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울산광역시 주전초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미래학교 시나리오를 짜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울산 명덕초교 윤종언 교사 제공


◆2022년 사업에 '안전망 구축' 추가 = 교육부는 2022년 사업 추진 방안에 '안전'을 추가했다. 학교공간을 더욱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부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한 학생 안전망과 학습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상 선정부터 추진 전 과정에 걸쳐 학교 구성원과 충분한 소통을 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사용자 중심의 내실 있는 사전기획을 진행하고 실행에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은 필수다.

시도교육청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스템도 마련했다. 시도별 전담조직 및 전문기관, 현장 전담지원 체제 구축을 통한 지원체계를 수립한다. 교육부와 각 부처, 시도교육청이 협력과 역할분담을 통해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예산은 5200억원 규모다.

새롭게 설계한 미래교육을 누가, 어떻게 현장에 안착시킬 것인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디지털 AI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평가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래교육을 위한 교원 역량 강화다.

전국 초중고 교원들이 변해야 한국 교육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공은 각 시도 교육감에게 넘어간다. 6월 교육감 선거를 통해 미래교육에 관심을 갖고 앞장설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미래학교 추진과정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도 발목을 잡았다. 이강복 교육부 미래교육추진담당관은 "현장에서 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밀하고 전문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했다"며 "예산 뿐 아니라 교육 과정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건축 및 교육 분야와 업무협약 체결, 관계 부처 협력과 참여 유도 등 중앙지원협의체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미래학교 사전기획의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도 큰 성과다. 코로나와 부족한 사업추진 기간 탓에 현장 소통 및 효율적 지원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용자 참여 원칙을 기본으로 설계 = 올해 미래학교 사업은 사전 기획부터 설계까지 '사용자 참여 원칙'을 기본으로 설계했다. 대상 학교 선정, 공사 중 안전관리와 학습권 보장 등 사업 추진 중에 필요한 사항은 반드시 학교 구성원의 협의와 동의를 거쳐야 한다. 또 사전기획 결과를 실제 학교 공사에 반영해 설계하고 설계 단계에서도 필요시 사용자 의견을 계속 반영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강화했다. 지난해 선정된 484개 학교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올해 선정된 학교 518동에 대해서도 사전기획 및 사용자 참여 설계를 추진한다.

올해 사업에 '안전'을 핵심요소로 첨부한 것은 지난해 일부 지역 학부모들이 학생안전을 강조하며 모듈러교실(임시교실)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일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소방시설, 감염예방, 생태환경, 재난피해 심리치료까지 담았다.

현장에서는 '모듈러교실'이 화두로 떠올랐다. 학교를 새로 짓거나 고치는 동안 사용하는 임시교실인데 건물 자체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다.

컨테이너 건물로 착각할 수 있지만, 내진설계부터 소방, 단열, 시스템에어컨 등 기존 교실보다 훨씬 쾌적해 학생과 교사들 반응이 뜨겁다.

모듈러교실을 사용 중인 전북 한 중학교 교장은 "기존 건물보다 안전성이 뛰어나고 특히 과밀학급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며 "서울의 일부 학부모들이 모듈러교실을 반대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듈러교실의 안전성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반응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교육청의 경우 미래학교 대상 학교 중 14개교가 선정을 철회했다.

김문희 교육부 기조실장(미래교육체제전환추진단장)은 "학교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며 "시도교육청, 관계부처와 함께 아이들이 미래사회 주인공으로 살아갈 교육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기수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