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여론조사 빗나가

이, 정권심판론에 석패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역대 최저 격차'로 승패를 가르면서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협치를 주문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정부엔 '정권심판'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영남과 호남에서 보수와 진보로 나눠 표를 몰아주던 관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가 중원인 충청권과 전통적 지지 지역인 강원을 모두 확보했고 서울에서 압도적인 표차를 거둬, 경기도와 인천에서의 약세를 보완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25개 구 중 14개에서 우세를 보이며 득표율 50%(50.56%)를 넘겼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는 높은 투표율과 함께 윤 후보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줬고 동대문 성동구 강동구 광진구 동작구 등에서도 이 후보보다 윤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이 후보는 경기도에서 무려 46만표의 격차로 윤 후보를 따돌렸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정권심판론과 대장동 의혹 여론에 발목이 잡혔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후보는 48.56%, 1639만여표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고 이 후보는 47.83%, 1614만여표를 얻었다. 득표차는 0.73%p, 24만7000여표에 불과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무효표(30만7000여표)보다 적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은 2.37%였다. 개표 중반까지 이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이다가 개표율 51% 시점에 윤 후보가 처음으로 역전하면서 0.6~1.0%p의 격차를 유지했다. 개표율 95%를 넘어설 때까지도 당선인을 확정 짓지 못하는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지역의 득표율을 보면 유권자들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정권심판이 명확하게 보여진다"면서 "또 진영간 결집을 유도하면서 거대양당에서 감성적인 도구로 활용, 지역이 아닌 진영간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전투표율이 36.9%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보수진영에서도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지지층의 투표율 하락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체 투표율은 77.1%로 19대(77.2%)에 비해 0.1%p 낮았다.

박빙 승부인데다 사전투표율이 높아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KBS·MBC·SBS 방송 3사는 윤 후보와 이 후보의 득표율을 각각 48.4%, 47.8%로 제시하며 정확도를 재확인시켰다. 반면 한국갤럽(7~8일 조사, 이 후보 44.4%, 윤 후보 52.0%), 리서치뷰(7~8일 조사, 이 후보 44.5%, 윤 후보 52.1%), 리얼미터(8일 조사, 이 후보 47.1%, 윤 후보 50.2%) 등 여론조사기관의 예상득표율은 실제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소홀로 참정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 투표 사무가 마무리된 후 국회를 중심으로 중앙선관위원장 사퇴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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