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선 후 재확인 … 진영 대결, 지역쏠림 지속

윤석열, 호남서 10%대 … 진영결집, 지역구도 지속

2030세대의 투표행태가 투표지형을 바꿔놓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청년층을 진보정당의 고정지지층으로 분류되던 전통적인 구도가 깨어진 사실이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이후 1년 가까이 지난 이번 대선에서 다시 확인됐다.
개표방송과 양당 표정 |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개표는 10일 새벽까지 피말리는 접전 양상으로 전개됐다.사진은 개표방송을 시청하는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왼쪽)과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들의 달라진 투표 참여 행태는 호남에서의 '몰아주기' 투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 출생한 MZ세대들이 이념을 기준으로 한 지역적 특성과 다소 거리를 두면서 전국적인 2030세대와 비슷한 시각으로 표심을 표현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9일 KBS·MBC·SBS 방송 3사의 20대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세대별로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0대(60.5%)와 50대(52.4%)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35.4%, 43.9%)보다 앞섰다. 60대 이상에서는 윤 후보가 67.1%의 지지율로 이 후보(30.8%)를 크게 앞질렀다.

반면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에 우호적이었던 2030세대는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는 보수진영의 손을 들어주다가 대선 투표에서는 두 진영의 균형을 맞췄다. 20대에서는 이 후보에 47.8%가, 윤 후보에 45.5%가 지지의사를 보였고 30대에서는 이 후보(46.3%)보다는 윤 후보(48.1%)에 다소 높은 지지를 표했다.

눈에 띈 부분은 20대 남성과 여성의 극명하게 엇갈린 표심이다. 20대 남성(이대남)은 윤 후보에 58.7%의 지지도를 보여준 반면 이 후보엔 36.3%를 지지하는 데 그쳤다. 20대 여성(이대녀)은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의 지지도를 각각 내보이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JTBC 출구조사에서도 18~29세에서 남성은 윤 후보 56.5%, 이 후보 38.2%의 지지율을 나타낸 반면 여성은 이 후보 60.2%, 윤 후보 31.5%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40~50대에서는 진보진영에 속하는 민주당 소속의 이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은 반면 60세이상에서는 보수진영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월등히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다만 2030세대의 표심만 진보진영에 등을 돌렸다. 이들의 변심은 지난해 4월 서울 부산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성폭력 사건 등으로 벌어진 보궐선거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이뤄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2030세대의 눈에 비친 불공정과 불의가 민주당 정부가 앞세운 공정 정의 평등과 엇갈리며 '내로남불'로 평가됐다. 2030세대는 공감능력이 떨어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심판하며 여당에 재보궐 완패를 안겨줬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개혁과 변화에 더뎠고 1년 가까운 뒤에 치러진 대선에서 같은 방식으로 심판을 받은 셈이다.

지역구도의 일부 변화 역시 2030세대 표심 변화에서 시작됐다.


윤 후보는 광주 전남 전북에서 12.72%, 11.44%, 14.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0%를 모두 넘겼다. 보수진영 후보가 호남 3개 지역에서 동시에 10%이상의 두 자릿수 지지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남 유권자는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겐 한자릿수 득표율로 막아섰다. 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전남에서 10.00%의 득표율을 준 게 최근 가장 후한 점수였다. 반면 영남지역에서는 이 후보가 20~30%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TK(대구경북)에서는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가 얻어낸 경북 18.61%, 대구 19.53%보다 높은 21.73%, 21.76%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는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얻은 21.65%, 18.67%보다도 높은 수치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030세대들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핵심이었는데 민주당이 이 부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도 유권자수가 많지 않지만 캐스팅보터인 청년 세대에 대한 정책과 실행이 있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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