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경기 1호 미래학교 … 최초 통합형 다문화 학교, 학점제·무학년제로 운영

우리가 바라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정해진 시간표대로 똑같은 수업을 듣고, 일렬종대의 책상이 가득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건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학교의 모습이다.
반면 최근 얘기하는 미래학교의 특징은 개별화와 맞춤형이다. 수업도, 공간도 학생이 직접 디자인한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미래학교를 통해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공간 혁신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그리는 미래학교는 어떤 모습인지, 군서미래국제학교를 통해 살펴봤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학생들이 융합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우스 코칭' 시간을 만들었다. 하나의 하우스로 묶인 학생들은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유대감이 생기고 서로의 학교생활을 돕는다. 사진 군서미래국제학교 제공

 

입학식을 비롯한 학교 행사의 기획과 진행을 학생들이 직접 맡는다. 학습이 이뤄지는 공간도 학생들 아이디어로 완성된다. 이곳에선 나이 학년 학급의 경계가 없다.

모두가 주체적으로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학교생활 속에서 삶과 일치하는 배움이 이뤄진다. 상상 속의 학교 같지만 이곳에선 현실이 된다. 경기 군서미래국제학교 이야기다.

학교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건물은 폐교 예정이던 군서중학교를 리모델링했다. 학교가 있는 시흥은 교육 국제화 특구로 다문화 학생은 늘지만 학령인구 자체는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글로벌 교육에 특화돼있으면서도 다양한 학년을 아우르는 학교가 필요했다. 전국 최초 초·중·고 통합형 다문화 학교이자 학점제·무학년제 교육과정 운영 학교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해 중등 과정을 시작으로 올해 초등 과정이 열렸고, 내년 3월 고교 과정 개설을 앞두고 있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기존의 고정적인 학년별 교육과정이 아닌 언어 특성화 교육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문화 역사 철학을 학습한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외국국적 학생이 절반이지만 학교는 국적으로 이들을 구분짓지 않는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기존의 고정적인 학년별 교육과정이 아닌 언어 특성화 교육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문화, 역사, 철학을 학습한다. 원어민 교사와 다국적 학생들이 한데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게 했다. 사진 군서미래국제학교 제공


대신 학생이 배우고 싶은 언어에 따라 학급을 나눴다. 원어민 교사와 다국적 학생들이 한데 섞이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게 했다. 군서미래국제학교의 방점은 사실 '국제'보다 '미래'에 찍혀있다.

박경미 교감은 "10년 뒤 학교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 학교다. 미래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연구했다.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개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중등 과정에서만 총 63개의 선택 교과를 운영한다. 지역 교육 봉사나 마을 탐방도 이뤄지며, 기후위기와 인구구조 변화처럼 미래사회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도 있다.

학교는 1년을 4개의 배움 사이클로 나누는 쿼터제 학사를 운영한다. 학습코칭을 통해 학생은 각자 배움 사이클을 계획하고, 두번의 배움 사이클이 지나면 그동안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포트폴리오 데이'가 열린다. 다음 학습 여정을 준비하는 단계로 전시, 공연, 부스 등을 운영하며 교육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성장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학생이 디자인한 학습 공간 = 학교 공간 혁신도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군서디자인'은 학생들의 상상을 현실로 실현하는 교과다. 퍼실리테이터(촉진자)와 건축설계 전문가를 강사로 두고 학생들이 맘껏 아이디어를 펼치도록 도왔다. 교과서를 넘어 자신이 학습할 공간을 바꾸고 개선점을 찾는 살아있는 수업이다.

덕분에 다른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공간들이 탄생했다. 우선 '우리 반'의 개념이 흐려졌다. 선택교과가 많다 보니 학급이 아닌 강의실을 구성하고 대신 복도에 사물함과 벤치를 마련했다. 복도는 휴식공간이자 학생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울림 공간은 카페처럼 탁 트인 열린 공간으로 필요할 때만 폴딩도어(접이문)를 활용해 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초·중·고 통합학교인 만큼 전체 학생들이 함께 이용가능한 광장 형태의 넓은 공간이 필요해 구성했다. 이곳에서 그룹별 활동을 하거나 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강의실 안은 ㄷ자, ㅁ자로 다양한 책상 정렬이 눈에 띈다. 일방적 수업이 아니라 함께 모여 토론하는 모둠별 학습, 프로젝트 수업에 맞춘 배치다. 디지털 환경이 갖춰지고 모든 학생에게 태블릿 PC가 제공된 덕분에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도 이뤄진다.

정보 관련 과목으로 '앱과 코딩' '소프트웨어와 생활' '컴퓨팅과 융합' '인공지능과 피지컬컴퓨팅의 기초'가 개설된다.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고 프로젝트 활동 위주로 하니 수업 분위기도 살아났다. 배움의 주체는 학생이 되고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코치로 학습 의지를 북돋워주는 역할로 바뀌었다.

◆초등~고등까지 통합 교육과정 = 군서미래국제학교는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학생들이 융합할 수 있도록 '하우스 코칭' 시간을 만들었다.

하우스는 초등 3학년부터 중등 3학년 학생까지 함께하는 생활조직이다. 1개의 하우스는 30명으로 구성되는 학급 규모로, 교사 2명이 코치로 투입된다. 하나의 하우스로 묶인 학생들은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유대감이 생기고 서로의 학교생활을 돕는다. 매주 수요일 아침 9시부터 30분 간 운영되는 하우스 코칭 시간으로 통합학교의 장점이 드러난다.

박 교감은 "하우스의 목적은 리더십을 기르고 학생들 간 지속적인 상호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하우스에서 게임과 놀이는 물론 학교생활 규칙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분절돼 있던 학생들 간 관계가 개선되고 학년에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학교는 내년 고교 과정 개설에 앞서 초등부터 고등까지 학생들의 연속적인 성장을 돕는 통합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초등 과정은 언어 특화 교육, 중등은 학생 선택권 강화와 프로젝트 수업을 통한 자기주도학습이다. 고등은 진로특화교육을 구상 중이다.

현행 법령상 초등교사는 중·고등학교 수업을 할 수 없고 중등교사는 초등학교 수업을 할 수 없다. 군서미래국제학교도 현재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학교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선택 교과 위주로 무학년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공간의 통합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통합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 개선해야 할 과제다.

김기수 기자 · 양지선 내일교육 기자 j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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