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사업 참여

#1. "택배 기사님 덕분에 늘 편하게 물건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택배를 받으러 나온 고객이 음료수와 함께 인사를 했다.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따뜻한 인사를 받으며 일할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대한노인회인천남동구지회에서 노인일자리사업 'OK6070아파트택배사업단'의 일원으로 택배일하는 김석홍씨의 말이다. 김씨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2021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노인, 관계자 및 대국민 수기 공모전'에 응모해 지난해 9월에 수상했다.

2021년 노인실자리사업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 '인형극' 사진 노인인력개발원 제공


응모 내용을 보면 김씨는 대구에서 살다가 정년을 맞아 손녀들을 위해 서울과 인천으로 이사하며 '황혼육아'를 시작했다. 나이도 먹고 연고도 없는 외지에서 많이 적적했고 생활도 무료해져갔다. 큰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고 그 시간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노인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 아래 '실버택배 배송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일을 시작하면서 사회의 일원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다.

김씨는 몸을 다시 움직이고 자신의 시간을 활용해 일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는 시기에 감사의 표현을 하는 고객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김 씨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친구가 되었으며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2021년 노인실자리사업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실버바리스타' 사진 노인인력개발원 제공


#2.김문철씨는 부평구노인인력개발센터로부터 2021년 3월 한 학생과 어머니에 대한 인적사항을 소개받고 그 가정을 방문했다. 그 어머니는 학생에게 '한글을 깨우치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유치원 2년을 다녔는데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고 과외로 1년간 배웠는데도 교과서를 읽지 못했다.

김 씨는 아이와 첫만남을 하고 한글을 가르치려 했다. 그런데 아이는 "선생님 오늘 공부는 10분만 하고 놀아요. 오늘은 책읽기를 해요. 내일은 한글 단어 카드 놀이해요. 선생님이 읽으면 소리내어 읽을게요"라며 자기가 다 정해줬다. 아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하자는 대로 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한글 공부를 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는 글자를 쳐다보지 않았다. 글쓰기를 시키면 몇자 쓰다가 신경질을 내고 공책을 찢었다. 공부 하기 싫다고 울었다. 김씨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이에게 "노는 건 엄마나 아빠한테 부탁하면 되잖아"라고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는 알바 나가서 시간이 없어요. 아빠는 놀아달라고 하면 때려요"라고 말했다. 초등 1학년인 아이는 자기와 놀아줄 사람은 선생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씨는 그날부터 공부방법을 바꿨다. 한글공부 시간에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도 포함시켰다. 아이가 좋아하는 색칠하기 인형놀이 책읽기와 글쓰기 글읽기를 섞어 진행했다. 아이는 신바람이 났다. 대신 글쓰기는 매일 일기쓰기로 엄마와 함께하는 숙제로 했다.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아이 엄마는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한글도 제법 읽어요"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김씨는 "노인일자리사업 활동을 가볍게 시작했는데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할아버지선생님이 된다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노인인력개발원 수기 공모전 수상작 내용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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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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