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없애고 놀이·휴식·학습 가능한 트리하우스 만들어 … 교문 열고 주민 위한 평생교육 강좌 열어

학교는 마을의 중심이다. 그런데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줄을 잇고 있다. 전남 등 지방 학교의 소멸 속도는 더욱 빠르다. 학교가 사라지면 곧 마을도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미래학교의 요소 중 하나가 학교 복합화다. 학교를 지역 사회에 개방하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전남 여수구봉초등학교는 최근 학교 야외 공간혁신을 통해 학생과 주민의 어울림터를 마련했다. 여수구봉초등학교 사례를 통해 미래학교의 모습을 살펴봤다.

여수구봉초 트리하우스는 학습과 쉼, 놀이가 모두 이뤄지는 공간이다. 사진 여수구봉초 제공


여수구봉초등학교는 1982년 설립돼 올해로 지어진 지 40년이 됐다. 건물이 오래돼 리모델링이 필요했지만 학교는 내부보다 야외 공간부터 정비하기로 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한 결정이었다.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여수구봉초는 경사면을 깎아 만들어졌다. 학교 운동장 외에는 동네에서 넓은 평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덕분에 학교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이자 쉼터로 그 역할을 대신해왔다.

다만 운동장에선 모래바람이 불고 나무 그늘이 부족해 뙤약볕을 쬐기 일쑤였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른 키만한 높이로 설치된 철조망은 외관상 답답해 보일 뿐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여수 바다를 볼 수 없도록 가렸다.

최근 구봉초는 철조망을 없애고 운동장을 활용해 학생들과 지역주민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물 해먹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다. 점심시간에는 서로 해먹을 차지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 여수구봉초 제공


수업도 할 수 있고, 쉼과 놀이 모두 가능한 '트리하우스'다. 여수구봉초 트리하우스는 이름처럼 학교의 나무를 그대로 살려 자연과 어우러지게 조성된 공간이다.

운동장에 있는 등나무와 구조물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미로 데크와 반달 평상, S자 곡선의자를 구성했다. 이곳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방과 후 운동 겸 산책을 하기 위해 학교를 찾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쉼터다.

◆공간 변화가 이끈 수업 변화 = 철조망을 없애고 생긴 유휴공간에는 기존에 심어져 있던 느티나무를 활용해 바다가 보이는 원형 전망대, 계단교실, 징검다리, 그물 해먹과 3가지 각기 다른 테마의 트리하우스를 만들었다.

텐트처럼 아지트 형태의 작은 공간이 있는가 하면 2층으로 지어져 더 높은 곳에서 바다를 전망할 수도 있다. 트리하우스는 수업 시간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음악 시간에는 팀별로 악기 연주를 하고 전망대는 무대로 변신해 발표와 장기자랑 공간이 된다. 미술 시간에는 창의적인 공간이 영감을 샘솟게 하고 국어 시간엔 곳곳이 독서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공간 혁신을 담당한 최미희 교사는 "야외수업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교실에서 하는 것보다 더 좋았다"며 "트리하우스에는 따로 수업 공간이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서 각자 자유롭게 앉고 싶은 곳에 앉는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공간에서 수업을 하니 훨씬 적극적이고 자유분방해졌다"고 말했다.

설계를 담당한 김도현 유어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놀이, 휴식, 학습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설정해 놀이와 쉼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이루어지도록 했다"며 "트리하우스는 꽃과 나무, 흙과 바다 등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와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든 트리하우스 = 트리하우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사전 기획과 설계, 공사를 거쳐 올해 3월 준공됐다. 디자인에는 학교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함께 참여했다.

사전 기획 단계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위원회가 참여한 디자인 워크숍이 총 5차례 진행됐다. 공모전을 열고 선정된 작품의 요소들이 합쳐져 현재의 트리하우스 형태가 완성됐다. 학교와 지역, 설계 담당자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공유하며 디자인을 완성해나갔다.

높낮이가 다른 데크는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요소다. 의자로 쓸 수도 있고, 미로 놀이를 할 때도 사용된다.

누워서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그물 해먹은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다. 점심시간에는 서로 해먹을 차지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최 교사는 "본인이 직접 고안한 디자인이 실제로 반영돼서인지 학생들이 트리하우스에 더욱 애정을 보인다"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청소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트리하우스가 완성된 후 학교 교문은 지역 주민을 위해 활짝 열렸다. 여수구봉초는 앞으로 트리하우스에서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 강좌를 열 예정이다. 학예회 축제 등 학교 행사도 강당 대신 트리하우스가 주 무대가 될 전망이다.

여수구봉초는 올해 도서관 리모델링도 계획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학생들이 직접 도서관 내부 디자인 설계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트리하우스를 통해 직접 사용할 공간을 설계한 경험을 쌓은 학생들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없다. 공간 혁신을 통해 학생들도 한 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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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 양지선 내일교육 기자 j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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