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같지 않은 학교를 만들고 싶다. 종래의 학교들이 가진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획일적이지 않은, 그리고 다양한 풍경을 품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전남 여수구봉초 트리하우스를 설계한 유어예건축사사무소 김도현 대표(사진)는 17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서초 순천왕지초 인헌고 등 전국의 학교 공간 혁신에 여러차례 참여한 건축가다.

그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관습들을 애써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사소하게는 가구에 쓰이는 재료부터 개별 공간을 배치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여수구봉초 트리하우스는 학교 건물 밖에서 이뤄진 공간 혁신이라 더욱 특별하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놀이, 휴식, 학습 공간 조성을 목표로 구상했다.

사용자 참여 설계시 구성원 참여 의지 중요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이 여타 환경 개선 사업들과 다른 점은 사용자 참여 설계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건축교육전문가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교 구성원, 지역 주민들과 설계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게 된다.

여수구봉초 트리하우스 투시도. 학교의 나무를 그대로 살려 자연과 어우러지게 조성했다. 사진 유어예건축사사무소 제공


김 대표는 "충분한 소통 시간이 필요하지만 사업 일정이 촉박해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정해진 예산과 시간의 범위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참여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수구봉초 트리하우스 구축 과정도 일정이 여유롭지 않았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학교 측에서 미리 공간 디자인 관련 의견을 모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

원격 회의와 단체 채팅방도 수시로 활용하며 소통했다. 덕분에 오롯이 사용자 위주의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개별 요소의 비례와 조형, 재료 등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협의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최대한 설계에 반영되도록 했다"며 "학교와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열정 덕분에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 공간 더 자유롭고 유연해져야

이전에는 학교에 과학실, 미술실처럼 특정 교과실을 구축했다. 관리상의 이유 등으로 교과 시간 이외에는 개방되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간에 이름이 붙여질 때 그 활용도는 제한된다.

김 대표는 기존 학교 공간의 경직성을 지적하며 미래학교는 틀에 갇히지 않은 유연한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학교 공간은 여전히 딱딱하다. 놀이, 학습, 휴식, 체험의 경계가 유연해져야 창의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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