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승분 정부·농협·비료업체 분담비율 놓고 조율

"비료가격 인상액 80%를 보조하기로 한 정부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 농정 신뢰를 가늠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서용석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8일 "내일(19일)부터 진행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당초 정부와 농협 농업인이 부담하기로 한 분담비율이 그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제주시농협에서 비료를 운반하는 모습. 사진 농협 제공


◆지난해 말 비료가격 인상분 80% 보조 합의 = 정부와 농협, 비료업체들이 비료가격 인상분(6003억원 추정)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두고 다시 긴장하고 있다.

요소 이인산암모늄 염화칼륨 암모니아 등 비료 원자재가격은 지난해 8월보다 평균 91% 상승했다. 조영일 팜한농 비료담당 부장은 "칼리는 지난해 톤당 270~280달러에서 지금 1000~1100달러로 올랐지만 구하기도 어렵고, 유황은 지난해 초 톤당 45달러에서 지금 450달러, 암모니아는 300~400달러에서 1000달러를 넘었다"고 말했다.

원가상승 부담은 이윤율이 낮은 국내 비료업체와 비료산업을 밑동부터 흔들고 있다. 국내에서 비료가격은 비료 유통의 95%를 담당하는 농협이 결정하지만 농협도 농가가 수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비료업체는 농협에, 농협은 농가에 가격결정권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국내 비료공급의 절반을 담당하는 남해화학(농협경제지주 계열사) 국내 사업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팜한농도 5년째 적자가 이어지면서 직원 20%를 줄였다.

조규용 비료협회 이사는 "무기질 비료의 원료는 국내에서 나오는 게 없어 100%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정부와 농협이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비료가격에 어떻게 반영해 줄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부와 농협 등은 원자재 확보와 안정적 비료생산을 위해 서로 부담을 나누기로 했다. 비료가격 인상에 따라 농가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6003억원을 정부 30%, 지자체 20%, 농협과 업계에서 30%를 각각 분담하기로 했다.

농가도 가격상승분의 20%(1200억원)를 부담하게 됐지만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한 비료업계 고충에 대해 공감하고, 화학비료 사용량을 감축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농업계는 수용했다. 이 내용은 '2022년 정부 예산 의결서'에 '부대의견'으로 담았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비료업체들은 비료가격 인상분의 80%를 감액한 금액으로 농가에 비료를 팔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내 비료시장의 혼란은 정부-농협-농업계의 협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였다.

◆추경안 본심사에서 약속이행 주목 = 농민단체들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윤석열정부가 비료가격 인상분을 책임지겠다고 한 정부 약속을 지켜라"며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경안에서 정부와 지자체 부담비율을 각각 10%씩으로 낮추고 농협 등은 60%로 높인 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부담은 18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낮아지고 농협 등의 부담은 180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회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협은 농업인이 출자해 설립한 협동조합"이라며 "농협의 분담률을 높임에 따라 농민돈으로 농민에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비 부담을 10%로 정한 것은 국회의 부대의견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농협경제지주는 161억원의 이익을 냈고, 올해 사업계획은 330억원 흑자에 불과한데 비료가격에서 농협 부담을 당초 합의보다 더 늘리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비료업체들도 "지난해 말 약속을 바탕으로 가격상승분 80%를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손실과 추가 부담이 생겨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농식품부는 의원들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 분담률 10% 안을 40%로 수정했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해 국회 예결위에서 여야 공감대가 있었고, 이를 없었던 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과 업계의 부담비율은 미지수다.

농협 관계자는 "농가 부담을 줄이려면 지난해 합의한 비율대로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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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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