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상환비율 고소득층도 40% 넘어

코로나 직전보다 40% 늘어 960조원 규모

한은 "제2 금융권 중심 신용위험 커져"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크게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내년 자칫 자영업자의 대규모 채무상환 위험이 도래할 수 있어 금융기관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100조원 육박 =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자영업자의 소득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매년 0.50%p씩 대출금리 상승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종료 △가구당 600만원 손실보전금 효과 소멸 등의 이른바 '복합충격'을 가정해 시나리오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의 내년도 DSR이 최고 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 분석결과 소득하위 30%에 해당하는 저소득 자영업가구의 2023년 DSR은 48.1%로 올해(34.5%)보다 13.6%p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 40~70% 구간의 중소득 자영업가구의 내년도 DSR도 47.8%로 올해(38.6%)보다 9.2%p 늘어나고, 상위 30%의 고소득 가구도 같은 기간 44.4%로 4.9%p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이처럼 내년도 자영업 가구의 소득대비 빚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배경으로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 종료를 들었다. 정부가 2020년 이후 코로나19의 확산과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의 영업을 제한한 것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의 지원을 해주면서 빚부담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은 추산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저소득 가구의 DSR은 4.6%p 정도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고, 고소득 가구도 0.8%p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한은은 "2022년까지는 매출 회복 및 손실보전금 지급 등의 효과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위험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2023년은 금융지원이 종료되고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도 사라지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 위험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2022년 3월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에 비해 40.3%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코로나19 이전까지 자영업자 대출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면 올해 3월 말까지 828조2000억원 수준에 그쳤을 대출 규모가 132조5000억원 더 늘었다고 추정했다. 같은 기간 취약 가구가 가지고 있는 대출 총액도 88조8000억원으로 30.6% 증가했다.

◆자영업 대출 부실화, 금융기관에 파장 =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부실 위험이 증가한 만큼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카드회사와 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부채 상환에 취약한 가구의 대출이 많은 제2 금융권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았다.

예컨대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자영업자 대출 총액 26조2000억원 가운데 명목상 사업자대출이 21조9000억원으로 가계대출(4조3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가계대출의 경우 부동산 등 담보가 상대적으로 사업자대출보다 안정적이다.

한은은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은 취약차주의 비중이 높고 담보와 보증 대출 비중이 낮아 자영업자 대출의 채무상환 위험 증가시 이들 업권의 대출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정책을 유동성 지원에서 채무이행 지원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은은 "금융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채무 재조정과 폐업 지원,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을 통한 출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며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자영업대출 취급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대손충담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대내외적인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가구의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높아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 대출은 전체 대출 잔액의 67%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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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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