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3년도 연금수급 개시 65세

"연공서열식 호봉제 폐해 개선"

임금피크제는 초기 도입의 취지와 달리 노사간 분쟁을 유발하고 조기퇴직을 촉진하는 등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나 은행이 정년을 임의로 시행하던 때는 60세로 연장하고, 퇴직 수년전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가 노사 모두에게 수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법적으로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면서 임금피크제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분석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의 필요성과 관련 "노후보장, 임금피크제에 답이 있다"며 "근로자의 고용안정,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고령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생산성 제고 등을 위해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를 준비해야 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긍정적 접근에도 임금피크제는 장기근속자 특히 은행권에서는 조기 퇴직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5년간 1만5000명이 넘는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2017년 4936명이 퇴직하는 등 매년 2000명 이상이 희망퇴직하고 있다. 지난해도 4088명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주요 시중은행은 1인당 평균 3억원 이상의 희망퇴직금을 비용으로 썼고 총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정년)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모든 사업주의 의무이다. 아울러 연령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없이 임금과 퇴직 등에서 차별을 할 수 없도록 했다.(법 제4조의 4)

문제는 은행권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임금도 삭감하고 퇴직도 앞당기는 사실상의 차별 대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국책은행은 대체로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56~57세를 시작으로 기존에 받던 임금의 절반 수준 밖에 받지 못하고, 시중은행은 남은 기간 임금을 희망퇴직금으로 받는 대신 조기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근로자의 처우와 관련 최저기준이 되어야 할 법이 정해 놓은 기준을 하회하는 데는 대부분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이 노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대표는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임금피크제를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 정한 임금체계 개편 등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 등이 있어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라며 "현실적으로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과 고용에서 차별을 받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령자고용촉진법은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등은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대법원 판결도 정년을 연장하지 않는 정년유지형 사업장이어서 임금 등의 차별로 판단을 한 것"이라며 "최근 은행권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은 대부분 정년연장형이어서 승소 가능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2016년 고령자고용촉진법 시행으로 정년이 법적인 의무가 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년 연장이 더 이상 사업주가 주는 시혜적 차원으로 보면 안되고 임금을 삭감하는 행위는 문제"라며 "현행 연공서열식 호봉제는 나이가 많을 수록 임금 기울기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임금상승곡선을 완만하게 가져 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직무급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2033년부터 65세로 늦춰지는 것에 맞춰 근로자의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중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윤석열정부도 인수위원회에서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2025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65세로 늦춰지면서 모든 사업장에서 정년을 65세로 의무화했고, 70세 이후까지 재고용 등 다양한 형태로 근로연령을 늦추고 있다.

<고령자고용촉진법 주요 내용>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제 19조 1항)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19조 2, 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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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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