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입 공매도 적발 모니터링 전산 시스템 구축 '시급'

검찰 동원한 처벌방안 "솜방망이 … 사후약방문 불과"

최근 정부가 내놓은 공매도 제도 개선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 대책수립을 지시한 후 반나절 만에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나온 대책으로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며 헛발질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는 대검찰청까지 동원해 불법공매도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도 '솜방망이 처벌' '눈 가리고 아웅'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작 개인투자자들이 수년 전부터 제기한 공매도 상환 기간 제한 등 실제 필요한 조치는 빠진 탓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허용된 기한없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불러온다며 공매도 상환 기간을 개인과 같이 제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열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불법 공매도 규탄 및 공매도 개혁 촉구 집회. 사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대통령 지시 반나절 만에 나온 대책 = 5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따르면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전일 윤 대통령의 공매도 '지적' 이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물론 대검찰청까지 긴급 소집해 진행됐다.

금융위는 우선 공매도와 연계한 불공정거래에 대해 기획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가 추이, 공매도 비중 등 분석을 통해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부분을 선별해 조사 테마 및 대상 종목을 선정하고 혐의점 발견 시 즉시 기획조사를 하기로 했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 혐의 사건은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일정 시점이 지나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사서 갚고 그 차익으로 이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국내에선 불법이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엄정한 수사 및 처벌에도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사에서 사법 처리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6개월∼1년 단축한다.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사건을 발각하면 대검찰청 등과 빠른 검찰 수사로 엄정하게 구형하고 범죄 수익·은닉 재산 박탈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거래소와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 조사 및 전담 조직의 설치를 확대하기로 했다.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매도 과열 종목에 대한 지정제도도 대폭 확대한다. 공매도 비중이 30%를 넘는 종목은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하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은 현행 140%에서 120%로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장기간 공매도, 주가 상승 발목 =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요구하고 있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와 오래전부터 제기해온 공매도 상환 기간 제한 등의 안건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대책안 또한 작년 4월 공매도 부분 재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발표한 내용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법 공매도 조사 강화나 과열 종목 지정 확대,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 완화는 이번 안이 발표되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자본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에서 공식화된 내용과 동일하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공매도가 시장을 교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인들은 그동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개인투자자와 같은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90일 안에 갚아야 한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상환 기한이 없다. 대신 증권사 등은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게 언제든 주식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리콜'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리콜'이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 대여자의 반환 요청이 있으면 차입자가 주식을 즉시 반환해야 하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제한하려면 대차 기간을 제한해야 하는데 국제 거래 관행상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차 거래는 국제증권대차 표준계약서(GMSLA)에 따라 이뤄지는데 공매도의 경우 주식 차입 비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까지 공매도 포지션을 잡고 무한정 기다리는 것은 기회 비용이 더 큰 투자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기한 없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불러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환기한을 최대 120일 정도로 설정하고, 상환 이후 한 달까지는 다시 빌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장기간의 공매도가 주가 상승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담보비율 하락 개인에게 더 위험 =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때 적용하는 담보와 담보 비율도 논란이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빌리는 대주의 경우 주식매각대금이나 증권 등을 담보로 하지만, 기관·외국인이 주식을 빌리는 대차의 담보는 국·공채나 주식 등이다.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대상 종목도 대주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250여개 정도의 상장 주식이지만, 대차는 2000여개 상장 주식과 상장 채권, ETF 등으로 이뤄져 있다. 주식을 빌릴 때 적용하는 담보비율도 차이가 있다. 개인투자자는 140% 이상 담보가 있어야 하지만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대체로 105~120%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개인이 공매도할 때 적용되는 담보 비율(자산 평가액을 대출금으로 나눈 값)을 올해 4분기부터 현행 140%에서 120%로 완화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투자 주체 간 공매도 기회의 형평성을 조정하기 위해서라며,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 비율을 높이는 대신 개인의 담보비율을 120%로 낮춘 것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을 촉구했는데 오히려 개악을 했다고 비판을 받는 지점이다.

정의정 대표는 "개인 담보 비율을 낮추는 건 개인에게 공매도를 권장하는 것밖에 안되고 투자실력이 안되는 개인은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투자주체와 상관없이 담보비율을 일괄적으로 높이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공매도 세력의 상환기한을 개인과 동일한 90일로 못박고 이들의 담보비율 또한 개인처럼 140%로 동일하게 맞춰달라는 부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매도 시스템 전산화는 언제? = 수기로 이뤄지는 공매도 주문 시스템도 불신의 이유다. 국내 공매도 주문은 주식을 빌리려는 사람이 전화나 메신저로 차입 협상을 한 뒤 그 결과를 자사 주식 대차 시스템에 수기로 입력한다. 그동안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 대부분은 차입자의 입력 실수로 발생했다는 통계다. 금융위에 따르면 결제 수량 부족 계좌나 선매도·후 매수 의심계좌 감리 건수는 2020년 33건에서 2021년 1735건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2월~2020년 5월까지 무려 938개사에 공매도 제한을 위반해 10억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실수로 공매도 표기를 누락했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대폭락장 이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기간에도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고려해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에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공매도 불신의 단초가 됐는데, 실제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대차 거래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실수로 인한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다. 주문 후에 공매도 주문 수량이나 시간을 비교하면 무차입 공매도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불공정 거래에 대한 '사후약방문'식 조치도 문제다. 불법 공매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단죄하면 무슨 의미냐는 지적이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불법 공매도의 처벌 수위가 선진국에 비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정의정 대표는 "불법 공매도를 사후에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불법행위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무차입 공매도 적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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