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률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

홍천 양수발전소는 화촌면 풍천리 일원에 하부댐을 짓고, 화촌면 풍천리와 야시대리 일원에 상부댐을 짓는 사업이다. 설비용량 600MW, 사업기간 총 11년 11개월,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2022년 9월 현재 타당성조사, 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중이다.

일평균 가동시간 3시간도 안돼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일종으로 수요가 적은 심야시간대의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상부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낙차를 이용한 발전특성상 큰 낙차를 얻기 위해 상부댐이 산 정상부에 위치해야 하는 입지 특성을 지닌다.

양수발전은 전력수급이 어려운 시기에 대용량 전력을 심야에 저장하고 피크시간에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계통운영 체계다. 전력 사용이 적은 심야에 여유 전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는 출력을 낮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과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양수발전소가 필요한 셈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양수발전소 신설을 발표했다. 논리는 간단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출력이 안정적이지 않아 대정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양수발전소는 2012년 준공된 예천 양수발전소 이후 신설 계획이 없다가 강원 홍천군, 경기 포천시, 충북 영동군에 건설이 결정됐다.

양수발전은 일평균 가동시간이 3시간도 안돼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2019년 기준 발전소 일평균 발전시간은 2시간 54분에 불과했고, 전체 양수발전 16호기의 연평균 발전시간은 46시간에 그쳤다. 심야전기수요의 폭발적 증가는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됐지만 한전과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그 후에도 양수발전기 건설을 지속해왔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양수발전소는 심야전기 수요 증가에 따라 평균이용률이 7~8%에 그친다.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도 안된다.

기후정의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를

심야전기가 남아돌지 않는 상황에서 양수발전소가 값싼 전기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는 주장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에너지원별 발전 전력량을 봐도 양수발전이 담당하는 전력은 거의 없다. 실제 양수발전소 전기가 없어도 전력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양수발전소는 발전을 위한 발전소가 아니라 전기를 소모하기 위한 발전소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핑계로 양수발전소를 늘리려 한다. 양수발전소의 필요성을 억지로 만들 것이 아니라 기후정의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2019년 2월부터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는 유치공모 시절부터 반대운동을 했다. 2019년 11월 홍천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매주 결의대회와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주민끼리 싸우게하는 홍천군과 한국수력원자력의 방해가 극심하다. 물량공세로 주민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가동목적을 상실한 양수발전소는 용도폐기 선언이 필요하다. 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한 예산낭비, 생태계 피해를 외면해선 안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