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등 국가배상추궁은 가능하나 입증 쉽지 않아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나 서울시 등의 법적 책임이 문제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자발적인 보상은 별론으로 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렵다는 결론이다.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는데 과실로 막지 못했음이 입증된다면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하지만 과실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해 형사책임을 물을 소지는 있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묻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중대시민재해'의 요건에 해당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제2조의 3호는 중대시민재해를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발생한 재해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판사출신인 오남성 변호사는 31일 "이태원 사건이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이태원 한 골목에서 발생한 것으로 공중이용시설로 보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큰 반전"이라고 말했다.

국가나 서울시에 국가배상청구소송 등을 통해 책임을 물을 여지는 있다. 국가배상법에 따르면 국가배상책임은 공무원 등의 고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나 도로·하천, 그 밖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성립한다. 대규모의 핼러윈 행사가 열릴 것으로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100명대의 적은 경찰 인력이 배치됐을 뿐만 아니라 인파 흐름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 변호사는 "서울시나 경찰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 위법행위 등으로 참사가 발생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왕현 변호사는 "국가배상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책임까지 논의될 수 있는 부분은 많지만 지자체의 자발적은 보상은 별론으로 하고 이번 사고에 경찰공무원 등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 7월 부산에서 폭우로 시민 3명이 숨진 초량지하차도 사건과 관련해 관할 부구청장 등 공무원 11명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은 지난달 업무상 과실치사 등 유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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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기자/변호사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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