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관할 용산서 감찰 … 현장 경찰관 "병력 지원 요청 묵살" 반박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 규명에 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이 '시스템 부실 책임을 현장에 돌리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총 15명 규모의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용산서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특별감찰팀은 먼저 핼러윈 축제 기간을 앞둔 이태원 일대 경찰 병력 운영 계획 등 사전대비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감찰팀은 신고 접수부터 중요사항 전파·보고, 관리자 판단·조치, 현장 부서 대응 등에 이르는 현장 대응 과정의 적정성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하지만 이태원 파출소 직원 등 현장 경찰관들이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감찰을 지시한 윤희근 경찰청장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우리가 '마속'이냐"며 '꼬리자르기'라며 반발한다.

◆"병력 배치 오판 지휘부 책임" = 이태원 파출소에 근무하는 A씨는 1일 오후 9시쯤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사건 당시 최선을 다해 근무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근무 중이던 이태원 파출소 직원 20명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며 "핼러윈 축제와 지구촌 축제를 대비하면서 기동력 지원도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말한 윤희근 경찰청장 발언 때문에 직원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며 어떤 근거로 발언했는지 공개 질의했다. 그는 또 "윤 청장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경찰관은 "대규모 운집에 따른 위험성이 사전에 예고됐는데도 충분한 경찰병력을 배치하지 않고 이마저도 질서유지보다는 범죄예방에만 중점 뒀다"며 "그러면 분석과 판단을 잘못한 지휘부에도 잘못이 있는 것인데 어떻게 현장에서 대응한 일선 경찰에게만 책임을 물으려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한 일원으로 이번 사고의 희생자와 유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현장에서 고생한 경찰관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설령 의도가 그렇지 않더라도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자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 전 '안전사고 우려' 보고서 = 실제로 경찰 내부에서도 핼러윈 축제에 앞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가 작성됐다.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경찰 내부에 공유했다.

112치안종합상황실은 보고서에서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인근 치안 환경에 대해 "평일이나 통상 주말 대비 지하철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이 1.5∼2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며 "곳곳에 인파가 운집해 무질서와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교통 상황에 대해선 "행인들이 차도를 점령해 극심한 교통정체·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형사·교통과 등 용산서 내 유관 부서 7곳과 지구대·파출소 7곳,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등에 공유 또는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용산경찰서 정보과도 유사한 내용이 담긴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서울청에 보냈다. 하지만 경찰은 추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청 정보상황과는 "연인원 10만명 정도 참가가 예상돼 보행자 도로난입, 교통불편 사고 우려, 마약 성범죄 폭력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으로, (지적한) 규모와 문제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수준"이라며 "이미 '용산서 종합치안대책'에 반영되어 있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사고 당일 112 신고 11건, 부실 대응 = 경찰의 112신고 부실 대응에 대한 비난과 책임은 거세지고 있다. 첫 신고가 이뤄진 뒤부터 사고 발생 4분 전까지 11차례 계속된 위험 신호를 안이하게 판단해 참사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

경찰청이 1일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표 참조)은 참사 당일 경찰의 대응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첫 신고는 29일 오후 6시 34분에 이뤄졌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걸려온 신고 전화였다. 4시간 후 발생할 대형 참사의 전조였던 셈이다. 신고자는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 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겨우 빠져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으니 통제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요청했다.

신고자는 "현재 아무도 통제를 안 한다. 경찰이 좀 통제해서 사람들을 뺀 다음에 안으로 들어가게 해줘야 한다"고 거듭 사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종결했다. 출동 당시에는 현장에 인파가 줄어 사고 발생 위험이 적었고, 몰린 인파를 해산시킨 뒤 상황을 종결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1시간 35분 뒤인 오후 8시 9분 두 번째 신고가 들어온 후 여러차례 신고가 들어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 넘어지고 다친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압사 당할 것 같다. 아수라장이다"는 내용들이다. 경찰은 이번엔 아예 현장 출동조차 하지 않았다. 신고자에게 '이태원 일대 경찰에 직접 상황을 알리라'고만 안내했다.

참사 1시간 전인 오후 9시부터 10분 동안에는 4건의 신고가 집중됐다.

"인파가 너무 많아 대형사고 일보 직전", "사람들이 떠밀리고 있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등 사고가 임박했음을 알렸지만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은 없었다. 특히 오후 9시 신고는 '코드 0' 지령이 떨어졌지만 경찰이 한 일은 현장에 출동해 몰려있던 사람들을 해산시킨 게 전부였다.

심지어 오후 9시 10분 신고는 현장 출동 여부마저 명확하게 기록에 남기지도 않았다.

이후 41분간 뜸했던 신고는 사고 발생 24분 전인 오후 9시 51분부터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후 10시엔 신고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원 통제를 해주셔야 할 것 같다"고 알렸지만 역시 현장 출동은 없었다.

사고 발생 4분 전인 오후 10시 11분. 이번엔 현장의 비명과 함께 "압사될 것 같다. 다들 난리 났다"는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이때도 경찰은 현장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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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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